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현장 '축제 분위기'
"MZ세대, 자신의 모습과 문화를 정치 참여 방식으로 드러내"
[더팩트ㅣ조성은·이윤경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지난 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촛불과 함께 거리를 환하게 비췄다. 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K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달라진 집회 풍경이 눈길을 끈다. 이른바 'MZ'로 불리는 10~20대의 집회 참여가 늘면서 집회시위 문화가 축제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내란죄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은 축제와 같은 분위기였다.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의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을 외치면서도 흥을 잃지 않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 등 민중가요가 나오기도 했지만 '삐딱하게', '다시 만난 세계' 등 유명 K팝 음악이 주를 이루며 '떼창'도 이어졌다.
다양한 문구의 깃발도 등장했다. '전국까만고양이연합회' 깃발을 든 A(29) 씨는 "실제 존재하는 단체는 아니다"라면서 "제가 까만 고양이를 좋아해 만들었다. 집회를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K-승질머리 연맹', '내일의 지구를 모른척 할 수 없기에', '다음 주 시험임' 등의 깃발도 현장에 나부꼈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깃발에는 "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줘라. 우리가 집에서 나와야겠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이돌을 응원할 때 쓰는 응원봉도 곳곳에서 보였다. 일부는 응원봉에 스티커를 붙여 '탄핵' 글자를 만들었다. 현장에서는 LED 촛불과 함께 '윤석열 탄핵'이라 적힌 별·하트 등 다양한 모양의 야광봉이 등장했다.
SNS에서는 '응원봉 시위'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X(옛 트위터)에는 "응원봉은 다시 사면 되고 망한 나라는 새걸로 다시 못 사잖아"라는 글이 망가진 응원봉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응원봉 갖고 나가는 거 가볍게 보지 마세요. 그냥 집에 굴러다니는 거 들고 나간 거 아니고, 한 톨의 먼지도 닿지 않게 꽁꽁 싸서 애지중지 보관하던 거 가지고 나온 것",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하고 빛나는 물건에 기꺼이 시위 구호 붙인 것", "이보다 더 진심일 수는 없을 텐데", "응원봉을 들고 시위에 참석하는 이유는 내 아티스트 홍보가 아니라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빛을 보여주러 간 것" 등 글도 호응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MZ세대 다양성의 상징'으로 해석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MZ세대가 자신의 모습과 문화를 정치 참여의 방식으로 드러냈다"면서 "그동안 집회와 시위는 정당이나 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이 주도한 획일화된 방식이었는데 이런 방식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응원봉은 젊은 세대가 중심이 돼 만든 상징이지만 여러 세대를 넘어서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며 "시위가 근엄한 사회운동이 아닌 즐거운 축제처럼 지속가능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고 얘기해 왔는데 그게 아니었고 자신을 분출할 판이 없었던 것"이라며 "판이 열리니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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