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추정 여성 2명 건물 지하서 몰래 숙식
상가 소유주들 '골머리'…퇴거불응 혐의 경찰 고소
[더팩트ㅣ이윤경 기자·이하린 인턴기자] 중년 여성 2명이 최소 2년 동안 도심 한복판 상가 건물 지하에서 무단으로 숙식을 해결하며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으나 끝내 퇴거를 거부해 경찰에 고소장까지 접수됐다.
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용산구 모 건물 1층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정모 씨는 지난 2022년 8월 지하 계단에서 A 씨와 B 씨를 처음 목격했다. 정 씨는 엘리베이터가 너무 늦게 내려오자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계단 출입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누군가 문을 누르고 있는 힘이 느껴졌다. 이내 문이 열리자 40~50대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이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정 씨는 처음엔 그들이 잠시 머물다 갈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하 2층으로 내려간 정 씨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하 2층에는 또 다른 비상계단이 있었고, 캐리어와 가방을 비롯해 각종 생활용품과 먹거리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정 씨는 "이후에도 A 씨와 B 씨를 자주 마주쳤다"며 "주로 엘리베이터 옆 계단을 이용해 또 다른 비상계단에 아예 살림을 차려놓고 살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전했다.
해당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6층짜리다. 각 층에는 교회와 카페, 음식점 등이 문을 열고 있으며, 원룸텔과 같은 주거시설도 있다. 오가는 손님 등으로 24시간 개방돼 있으며 층마다 무료로 화장실을 쓸 수도 있다. 영업 중인 상가와 와이파이도 연결 가능하다는 게 소유주들 주장이다.
비상계단에는 두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짐들이 가득했다. 약 180㎝ 높이의 철제 선반 위에는 생활용품 등이 담긴 바구니가 놓여있었다. 선반 옆에는 대형 캐리어 3~4개와 가방 등이 담요로 뒤덮여있었다. 폭이 깊고 불도 켜지지 않아 무심코 지나치면 눈에 띄지 않았다.
A 씨와 B 씨는 건물 관리소장이 퇴근하는 오후 4시 이후에 들어온다고 한다. 신발을 벗고 담요로 덮여있는 짐들을 계단에 하나씩 풀고 나면 생활 가능한 방처럼 구색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이후 관리소장이 출근하는 오전 6시께 짐들을 정리한 뒤 나가기 때문에 다른 소유주들은 두 사람의 존재를 모르고 지냈다.
정 씨는 A 씨와 B 씨를 '멋쟁이'라고 불렀다. 정 씨는 "지하 1층의 가게가 문을 닫고 나면 외풍을 다 막아준다. 지하라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며 "아낀 돈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목욕탕에 다니며 옷도 다 브랜드 옷을 입는다"고 했다.
정 씨는 경찰에 총 7차례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퇴거 조치를 내렸지만 이들은 당시에만 잠시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나타났다고 한다. 악순환이 반복되자 정 씨는 지쳐서 신고를 포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관리비 폭탄을 맞으면서 다른 상가 소유주들에게 알리고 공론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건물 2층 상가 소유주 김모 씨도 불편을 호소했다. 김 씨는 "건물에 계속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몰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임차인들이 관리비로 구입하는 물품은 물론이고 전기, 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밤에 계단을 통해 지하로 가는 경우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A 씨와 B 씨는 건물에 있는 교회 측 허락을 받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 측은 "건물이 서울역과 가까이 있어 저녁이나 밤이 되면 다양한 형태의 노숙인들이 빈 건물을 찾아온다"며 "허락한 적은 없지만 A씨와 B 씨 덕분에 다른 노숙인들을 막아주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한 적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정 씨 등은 지난 8일 지하 2층 비상계단에 '불법점유자에 대한 퇴거명령' 공지를 부착하고 지난달 15일까지 짐을 비울 것을 요구했다. A 씨와 B 씨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퇴거불응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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