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디자인국제포럼' 개최
국내외 전문가와 '디자인 서울' 발전방안 논의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위해 디자인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디자인을 통해 서울 시민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디자인 중심적 행정체계'를 바탕으로 서울을 설계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오세훈 시장은 2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4 서울디자인국제포럼'에서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번 포럼은 DDP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오 시장은 개회사를 통해 "서울의 디자인정책은 2.0을 시작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기초를 튼튼히 했다면 앞으로는 디자인의 힘으로 어떻게 서울시민의 삶을 업그레이드할 것인가에 온 관심과 신경이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의 피터 젝 회장, DDP 설계 초기부터 함께한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의 크레이그 카이너 수석과 '도시 경쟁력 견인의 원동력, 랜드마크'를 주제로 특별대담도 진행했다.
대담에서는 서울의 디자인 비전과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도시의 디자인 전략에 대한 심층적 논의가 이뤄졌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모든 것을 디자인 중심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행정체계를 바꾸고 있다"며 "요즘에는 (건축물) 디자인 공모를 먼저 진행한 뒤 콘셉트가 나오면 거기에 맞는 세부 건축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10년 뒤에는 보편화돼서 서울시의 새 건축물이 여러분을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진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 시장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서울시를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조언도 구했다.
이에 피터 젝 레드닷 회장은 "아름다운 방을 만들면 주변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등 그에 맞춰서 사람들이 행동한다"며 "서울시에서 이러한 건축물, 행사를 통해 서울시민들에게 흥미로운 장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크레이그 카이너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수석은 "DDP는 건물 자체만 아니라 주변부를 함께 변화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해 선정된 프로젝트"라며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디자인을 변경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도시의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이고, 도시의 랜드마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DDP처럼 관습을 깨는 건축물이나 오늘 행사들이 (변화에 대한) 의구심을 사라지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레드닷 회장 "디자인, 도시경쟁력 높인다…전통과 현대의 조화 이뤄야"
이날 피터 젝 레드닷 회장은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서 시민들의 디자인, 건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도시를 창의적으로 바꾸면 도시경쟁력은 물론 시민의 삶의 질을 동시 높이는 성공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터 젝 회장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57%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은 81%, 미국은 83%, 일본은 92%가 도시에 살고 있다. 선진국일 수록 도시 거주 인구 비중이 높다.
그러면서 그는 "디자인이 있는 도시는 사람들의 생각을 점진적으로 바꾸고, 삶에서의 재미 요소가 늘어나는 등 도시에서의 일상이 즐거워지게 된다"며 "DDP뿐만 아니라 롯데타워, 서울로 7017 등은 서울의 생활을 더 즐길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파급효과'도 언급했다. 피터 젝 회장은 "디자인은 비즈니스에서도 더 좋은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며 "DDP는 패션 허브로써 기획됐지만, 패션뿐만 아니라 영화, 엔터네인먼트 등의 발전까지 이어졌다"고 예를 들었다.
아울러 서울이 현대 도시로 더 창의적이게 발전하기 위해선 '개방'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일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할 때를 떠올려 보면 독일 국가대표의 독일 출신은 단 4명 뿐이었고, 나머진 모두 이민자로 구성됐다. 그러나 한국대표팀은 모두 한국인으로만 구성됐다. 한 나라는, 한 도시는 전 세계 인재를 끌어모을 수 있도록 개방이 돼야 한다. 현재는 프라다, 디올, 샤넬 등 세계적 브랜드들이 서울에서 비즈니스를 키워나가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했다.
또한 전통과 현대성의 '조화'를 강조했다.
피터 젝 회장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는 현대적으로 설계된 피라미드가 있다"며 "많은 나라들이 현대와 과거의 조화를 통해 지속적 혁신을 이뤄가고 있다. 서울도 자연, 전통 유산과 도시의 현대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시민 삶의 질 향상 위한 디자인 가치·역할 인사이트 공유
이날 전문가들은 도시 주도적 글로벌 디자인 역량이 강화되기 위해선 '도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크레이그 카이너 수석은 "DDP 누적 방문자수가 1억명을 돌파한 것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치"라며 "다만 이런 낯설고 검증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비전형적인 프로젝트는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며 DDP 설계 당시 어려움을 회상했다.
이어 "이같은 시대를 앞서가는 프로젝트는 항상 생각해야하며 안일하면 안된다"며 "우리는 정체되지 않기 위해 관습에 도전해야 한다. 타협하지 않았던 우리의 이런 도전이 있었기에 DDP가 진정한 시민공간으로 성장했다"라고 말했다.
이상인 틱톡 디자인 리더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용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접해보는 것이 내 자산이 된다.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상인 리더는 "인공지능도 결국엔 '툴(도구)'"이라며 "인간은 발전된 기술 속에서 반드시 길을 만들어낸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디자인이 도시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상인 리더는 "기술과 기술, 사람과 사람, 기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디자인"이라며 "자율주행 로봇·택시가 대중화하면 우리가 아는 도시는 많이 바뀔 것이다. 현재는 교통체증을 겪고 주차장 공간을 확보해야만 했다면, 기술의 발전을 통해 미래를 디자인할 경우 자율주행은 교통체증을 없애고 기존의 주차공간도 다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크리스 반 두인 OMA 파트너 아시아 대표는 '도시가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랜드마크는 도시의 1%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99%는 상당히 재미없는 빌딩들일 뿐이다. 랜드마크를 하나 들여놓는다고 해서 도시의 일반적인 모습이 바뀌진 않는다"라고 짚었다.
광교에 갤러리아 백화점을 건축할 때를 예로 들었다. 그는 "광교의 '견고함'이란 정체성을 건물에 의미를 담았고, 이를 외벽의 돌 모자이크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는 광교의 랜드마크로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축적 미를 갖춘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도시가 필요로하는 랜드마크는 도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의 참여 중요성도 화두로 떠올랐다.
비르깃 마거 서비스디자인네트워크 회장은 두 번째 기조연설을 통해 "서비스디자인은 복잡한 시스템 내에서 상호작용을 조율해 가치를 공동창출하는 것"이라며 "바람직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정하고, 사람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르깃 마거 회장은 과거 독일 쾰른에서 진행한 '걸리버 프로젝트'에서 노숙인을 위해 함께 논의를 하고 디자인했다. 그 결과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노숙인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으며, 노숙인들이 인간으로서 기본이 유지가 되는 삶을 살 수 있게 했다.
그는 "도시의 주인은 시정부가 아닌 시민"이라며 "시민이 느끼고 같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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