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질의서·패널 준비 등 즉흥적 발언 아냐"
'김문기 골프' 유죄 "일반 선거인 입장 의미 오해"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백현동 발언을 유죄로 판단한 이유는 대통령 당선을 목적으로 사전에 준비됐다고 봤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이 대표가 2021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133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1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국토부 요구가 아닌 스스로 검토해 백현동 용도를 변경했으며, 과정에서 이 대표나 당시 성남시 공무원들이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적시했다.
이 대표 측은 자신이 대법원에서 허위사실 공표 관련 무죄를 받았던 2020년 판례를 들며 무죄를 주장했다. 2018년 이 대표는 경기지사 후보 시절 TV토론회에서 친형 강제 정신병원 입원 의혹을 놓고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 없다"고 발언해 2019년 9월 2심 수원고법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가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7대 5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이 대표 측은 대법원 판례를 들어 TV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국정감사 발언도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하고, 발언에 즉흥성이 있어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이전부터 백현동 용도 변경 관련 의혹을 대응한 적이 있으며 국정감사 전 사전 질의를 받고 발언에 쓸 패널까지 미리 준비해 왔다며 이 대표 측 주장을 배척했다.
'표현의 자유'를 놓고도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야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로 인해 일반 선거인들이 잘못된 정보를 취득하여 민의가 왜곡될 수 있는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발언이 이 대표가 '당선될 목적'으로 한 말이라고도 인정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경기도지사이면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이기도 했던 피고인(이 대표)은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이자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에 대응할 기회로 삼고자 했다"라며 "그 과정에서 백현동 부지 관련 의혹에 대응하는 이 사건 백현동 발언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2021년 12월 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러포즈-청년과의 대화'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확인을 해보니까 단체 사진 중의 일부를 떼 내 가지고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한 발언도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골프 발언'의 단어와 주술 관계 호응 등을 조목조목 따지며 이 대표가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판단에 있어서는 '일반 선거인'의 기준을 강조했다. 판결문에서 '선거인' 또는 '일반 선거인'이라는 표현은 39번 나왔다.
발언의 전체적 취지에서 국민의힘이 꾸며낸 사실은 '피고인이 골프를 친 것'이고, '골프', '조작'이라는 단어가 듣는 사람에게 남기는 인상,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부분과 '조작한 거죠' 부분의 호응 관계 등을 보면 보통 유권자로서는 이 대표와 김 처장이 함께 해외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해당 발언 전체의 맥락은 '김문기를 몰랐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골프 발언'을 듣는 일반 선거인은 해외출장 동행 의혹 및 '골프 발언' 역시 '김문기를 몰랐다'는 맥락에서 받아들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라며 "'김문기를 몰랐다'는 맥락에서 이 사건 '골프 발언'을 듣는 일반 선거인의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김문기와 해외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판시했다.
채택된 증거 중에는 김 전 처장 유족이 제공한 각종 영상과 사진도 있었다. '김 전 처장 측이 제공한 딸에게 보낸 동영상'은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와 골프를 친 후 딸에게 "오늘 (이재명) 시장님 (유동규) 본부장님하고 골프쳤다. 너무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전 처장이 해외 출장 중 이 대표와 식사하는 사진도 유죄 증거로 인정됐다. 사진에서 김 전 처장은 이 대표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표의 '김문기 몰랐다' 발언 자체는 이유 무죄로 판단했다. '사람을 모른다는 말은 허위사실 공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 대표 측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몰랐다'는 발언이 나머지 추가로 언급되지 않은 구체적인 교유 행위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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