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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간선제에 이사장 중임…한국외대 내홍 격화

  • 사회 | 2024-11-19 13:28

김종철 이사장, 중임 제한 규정 제한 폐지
"사립학교법 위반" vs "정당한 절차 밟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인의 총장 간선제 전환 추진으로 학내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사장 중임 제한 조항도 없앤 것으로 파악됐다. 교수와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은 이사장의 학교 사유화 시도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이사장 중임제한 규정 철폐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인지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법인의 총장 간선제 전환 추진으로 학내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사장 중임 제한 조항도 없앤 것으로 파악됐다. 교수와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은 이사장의 학교 사유화 시도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이사장 중임제한 규정 철폐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인지 인턴기자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법인의 총장 간선제 전환 추진으로 학내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사장 중임 제한 조항도 없앤 것으로 파악됐다. 교수와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은 이사장의 학교 사유화 시도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외대 학교법인 동원육영회는 지난 2021년 2월9일 제1차 이사회에서 이사장 중임 제한 조항 폐지를 위한 개정 안건을 참석 이사 전원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김종철 동원육영회 이사장은 당시 이사회에서 "조항 제정 당시와 달리 학교법인이 안정화돼있을 뿐만 아니라 책임경영을 확립하고 중장기적 학교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이사장 중임 제한 조항 폐지를 제안한다"고 했다.

이사들도 "현재 우리 학교법인은 과거에 비해 재정적 역량도 향상됐고 경영상으로도 안정돼있는 상태로, 이사장이 8년에 한번씩 교체된다면 대학교와 이사회가 동시에 불안한 상태에 놓여 바람직하지 않다", "강력한 리더십과 책임감을 갖춘 이사장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학교를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며 중임 제한 조항 폐지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외대는 지난 2008년 학내 구성원 합의 하에 법인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정관 제26조에 법인 이사장 중임 제한 규정을 2항으로 신설했다. 이사장의 임기는 이사로 재임하는 기간으로 하되 단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종철 이사장은 지난 2016년 3월30일 첫 임기를 시작해 2020년 3월29일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후 2020년 3월30일부터 올해 3월29일까지 연임했다. 하지만 중임 제한 조항 폐지에 따라 올해 1월 제1차 이사회에서 연임이 결정되면서 지난 3월30일부터 세 번째 임기에 들어갔다.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외대 학교법인 동원육영회는 지난 2021년 2월9일 제1차 이사회에서 이사장 중임 제한 조항 폐지를 위한 개정 안건을 참석 이사 전원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 SNS에 이사장 중임 제한 규정 철폐를 비판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정인지 인턴기자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외대 학교법인 동원육영회는 지난 2021년 2월9일 제1차 이사회에서 이사장 중임 제한 조항 폐지를 위한 개정 안건을 참석 이사 전원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 SNS에 이사장 중임 제한 규정 철폐를 비판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정인지 인턴기자

학내 구성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총장 간선제 도입 추진에 이어 '이사장의 사유화 의도'라는 게 한국외대 공동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 주장이다.

동원육영회는 현재 김 이사장 주도로 한국외대 총장 선출방식을 기존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교수와 학생 등은 비대위를 구성하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비대위는 한국외대 교수협의회와 서울캠퍼스·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 한국외대 직원노동조합 각 대표자 9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 1993년부터 교수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해왔으며, 지난 2021년부터는 학생과 직원까지 구성원 모두 투표에 참여해 총장을 뽑고 있다.

서울캠퍼스 제58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와 글로벌캠퍼스 제45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김 이사장은 본인 손으로 일궈낸 3연임을 부끄럽게 생각하라"며 "학내 구성원들은 학원 자주화를 통해 어느 개인이나 일족이 재단을 사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설립자 김흥배의 조카인 김 이사장은 본인 손으로 이사장 중임 제한 규정을 철페하고 3연임에 성공했다"고 규탄했다.

비대위는 법인 이사회의 이사장 중임 제한 조항 폐지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이사장이 직접 이사장 중임 제한 조항 폐지 안건을 내고 이를 이사회에서 의결한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립학교법 제16조 2항에 따르면 이사장 또는 이사가 학교법인과 이해관계가 상반될 때에는 그 이사장 또는 이사는 해당 사항에 관한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달승 비대위원장(교수협의회 회장)은 "공적 가치와 자신의 사적 이익은 구분해야 하는데 이사장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한다는 건 이해관계가 상반된다"며 "중임 제한 규정을 만든 근본 취지가 재단의 사유화, 독점화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고 재단 비리 사태로 학교 구성원들이 반발하자 '제2건학 정신'까지 세웠는데 (이사장은) 다시 대학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법인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 김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회 관계자와 유달승 비대위원장, 양캠퍼스 총학생회장,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외대지부장이 참석한 면담에서도 법인 측은 "교육부의 승인을 받았으니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도 상위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사장 중임을 제한하는 상위법이 없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보고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인 정관 변경은 지난 2012년 7월27일부터 사후보고제로 바뀌면서 교육부 인가 없이 사후 보고만 하면 되는 구조다. 교육부는 변경된 정관을 검토한 후 법적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한 달 이내 시정명령을 한다.

김 이사장은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중임 제한 조항 폐지가 사립학교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그런 것 없다"며 "사유화를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요새 분위기에서는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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