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관계인에게 압수물 촬영 허용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건 관계인에게 수사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 설립 이후 다섯 번째 기소 사건이다.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6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 A 씨를 전날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로 뇌물 사건 수사를 하던 지난 2019년 11월7일께 검사실에서 사건 관계인 B 씨에게 압수물 중 하나인 자필 메모를 사진 촬영하게 해준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12월4일께 검사실에서 B 씨에게 뇌물 혐의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한 금융거래정보를 사진 촬영하게 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도 있다.
형법 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할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당시 A 씨는 한 군납업체 대표가 고등군사법원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수사했다. 군납업체 내부 고발자인 B 씨 증언으로 시작된 수사였다.
공수처는 A 씨가 수사자료 171장을 찍도록 허용하는 등 B 씨에게 수사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한다. 군납업체 임원이었던 장 씨는 회삿돈 수억 원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였고, 회사가 군에 뇌물을 줬다고 역제보를 하면서 검찰 측의 주요 참고인이 됐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A 씨가 수사 자료를 B 씨에게 고의로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A 씨는 B 씨가 자료를 몰래 찍었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관련자 진술과 판례를 검토한 결과 피의자에게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누설한 행위 자체로 범죄가 성립한다"며 A 씨가 왜 수사 자료를 유출했는지, 누설된 수사 자료를 B 씨가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 범행 동기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법제사법위원회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진을 찍고 유출한 것을 넘어서서 수사를 조작했다고 볼 수 있다"며 "수사를 해야 할 건"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 사건을 검찰에서 이첩 받은 공수처는 지난달 A 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5년으로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늘까지였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 이첩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50일이 남아 기간 안에 끝냈다"며 "빠듯했지만 할 수 있는 수사를 다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공소심의위원회 개최 결과 공소제기가 타당하다는 만장일치의 의결이 있었다"며 "향후 검찰과 협력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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