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내달 3일까지 인파 집중 예상
"핼러윈에 이태원 오고 싶진 않아" 우려도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지난 24일 오후 6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은 형형색색 불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일부 카페와 음식점, 술집들은 호박과 유령 등을 달아놓고 핼러윈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나오자 핼러윈 손님맞이에 분주한 기념품 가게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저마다 유령과 거미, 호박 등 다양한 핼러윈 관련 소품들을 꺼내놓고 손님맞이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악마 얼굴 가면과 아이언맨, 여왕 복장 등도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근 골목은 온통 핼러윈 장식이 뒤덮었다. 한 술집은 입구에서부터 보름달과 호박 모양의 대형 장식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스튬 입장 시 서비스', '가위바위보 사탕 이벤트' 등 행사를 준비한 술집도 있었다.
해밀톤호텔 뒷편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도 핼러윈을 앞두고 들뜬 분위기가 뚜렷했다. 호박 모양 등을 걸어둔 한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박쥐 모형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한 음식점은 입구에 해골 모형을 비치해 두고 무료로 사탕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놨다.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지난 2022년 10월29일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곳이다.
휘황찬란한 거리에서 맞은편 삼거리를 바라보자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진실을 향해 함께 걷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년 전 참사의 아픔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 핼러윈을 앞두고 분주한 이태원의 분위기와 대조를 이뤘다.
이태원역 앞 도로에 설치된 울타리에는 '함께하면 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핼러윈데이 보내기'라는 문구의 현수막도 보였다. 2년 전 사고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경각심에 이태원을 찾는 시민들 발걸음도 주춤해 보였다.
인근 음식점에서 근무하는 전모(28) 씨는 "지난주까지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또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음식점 종업원도 "이태원 참사 이후로 많이 안 좋긴 하다"고 전했다.
시민들도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자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윤모(20) 씨는 "참사 때문에 핼러윈 때 이태원을 오고 싶지는 않다"며 "모일 사람은 모이겠지만 조심할 것 같다"고 했다.
일부는 안전관리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모(29) 씨는 "혹시나 참사가 반복되진 않을지 불안하다"며 "안전요원들이 순찰과 동시에 구역마다 확실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모(20) 씨도 "지난번에도 경찰이 있었는데 참사가 일어났다"며 "골목마다 사람들이 섞이지 않고 움직일 수 있도록 길을 구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모(26) 씨는 "단기적인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절차가 있어야 한다"면서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또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그 사람들이 책임감을 갖고 진행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용산구는 25일부터 내달 3일까지를 핼러윈데이 인파 집중 예상 기간으로 정했다. 원활한 인파 관리를 위해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퀴논길 등 주요 지점에 용산구청 직원 720명, 경찰 2964명, 소방대원 168명, 서울교통공사 직원 304명 등 총 4156명의 안전관리 근무자를 배치한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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