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공무원이 행정조사 할 때 형사상 불리할 수 있는 진술을 강요하는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하는 조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인권위에 따르면 치과의사 A 씨는 자가 치료를 위해 전문의약품을 의사 처방 없이 구입해 복용했다. 이는 업무상 의료행위가 아니라서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관할 보건소 공무원들은 A 씨 치과를 방문, 변호인의 조력권과 진술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의료법 위반행위임을 인정하는 확인서에 A 씨 서명을 요구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해당 공무원들은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행위에 대한 확인서 요구는 범죄 수사가 아니고 행정처분을 위한 행정조사"라며 "형사상 불리한 진술 거부권이나 변호인에게 조력 받을 권리를 진정인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들이 A 씨에게 의료법 위반행위에 대한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할 때 행정조사인지 범죄 수사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불분명한 태도를 보인 것은 A 씨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진정인들은 의료지도원과 특별사법경찰관을 겸임하는 보건소 공무원으로 행정 조사권과 범죄 수사권을 동시에 갖는다.
인권위는 "피진정인들이 주장하는 행정조사였다면 조사 대상자에게 의료지도원증과 조사명령서 등을 보여주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A 씨에게 의료법 위반을 자인케 하는 서명을 요구한 것은 형사상 불리한 진술 강요 내지는 양심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인을 대동할 수 있냐는 A 씨의 질문에 변호인을 동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함으로써 조력을 받고자 한 A 씨를 단념케 했다"고 덧붙였다.
행정조사기본법 제23조 제2항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는 법률·회계 등에 대해 전문 지식이 있는 관계 전문가가 행정조사를 받는 과정에 입회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다.
이에 인권위는 관할 시장에게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와 행정 조사원의 행정조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 전문가의 조력권을 보장하는 등 조사 원칙과 방법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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