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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파장] 한 치 양보 없는 의·정…협의체 출범 난항

  • 사회 | 2024-10-24 16:34

전공의·의대생 강한 반발에, 의대 교수들 사실상 참여 거부
정부도 증원 재논의 불가·휴학 조건부 승인 입장 되풀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SNS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SNS에 "교수님들의 결정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 혹여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은 아닐지 다시 숙고하시길 바란다"고 썼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조소현·이윤경 기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의정 갈등이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의대생이 협의체 참여를 반대하면서 의대 교수들도 고심하는 모양새다. 정부도 내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 불가와 의대생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을 고수하면서 협의체는 출범도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는 24일 오후 6시 총회를 열고 협의체 관련 회의를 진행한다. 다만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라 이날 회의에서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전의교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 협의체에 참여할 계획은 없다"며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보다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협의체 참여 배경을 궁금해하는 회원들이 많아서 그게 안건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최창민 전의교 비대위원장도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생각하면 당사자들이 협상해야 하므로 협의체는 한계가 명확하다. 할 수 있는 것은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도록 하는 것과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막아주는 정도"라며 "지금으로서는 협의체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 총회를 열고 협의체 참여 여부를 논의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결정을 유보했다. 전의교협은 "여·야·의·정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이 결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참여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전공의와 학생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의료계 단체로 구성돼야 한다. 정부도 의료 대란을 촉발한 당사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적합한 인사가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해 사실상 협의체 참여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총회에서도 정부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협의체 참여는 의미 없다며 반대하는 교수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회의를 연 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회의를 연 뒤 "여·야·의·정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결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참여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 /뉴시스

의대 교수들이 협의체 참여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정부와의 대화 전제 조건으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SNS를 통해 "교수님들의 결정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 혹여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은 아닐지 다시 숙고하시길 바란다"며 "정치인들에 편승할 게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사직 전공의 A 씨는 "전공의 다수는 '협의체에 참여해도 될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며 "2020년처럼 날치기 합의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은 빈손회동이란 말이 나온다"며 "'협의체가 구성된다고 해도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의대생 B 씨도 "정부가 지속해서 2025년과 2026년 정원은 이미 정해졌다고 밝혔는데 이런 상황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협의체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협의체에 들어갈 명분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어쨌든 당사자는 학생과 전공의"라며 "멋대로 대표하려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의학회와 KAMC도 의대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조건 없이 대학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승인해줄 것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도 의대 증원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대생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학생 복귀와 학사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라며 "지난 6일 발표한 바와 같이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고, 내년도 학생 복귀를 전제로 한 휴학 승인 방침은 동일한 입장"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1학기 복귀를 전제로 의대생들의 휴학을 허용하겠다며 이번에도 복귀하지 않을 경우 내년 2월 말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제적 조처한다고 해 의사들 반발을 샀다.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협의체를 출범,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의정이 여전히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출범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의정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환자들은 우리의 생명이 의정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것이라는 사실을 지난 8개월 동안 느꼈다"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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