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 소속사의 따돌림 국감 증언 이후 논란
고용부 "연예인은 예외" 노동계 "노동자로 인정해야"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의 직장 내 괴롭힘 증언 이후 연예인의 노동자 인정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노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제는 연예인도 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하니는 지난 15일 소속사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을 증언하기 위해 국회 환노위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하니는 지난달 1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모기업인 하이브(HYBE)의 또 다른 자회사 소속 연예인과 매니저가 자신이 인사를 했는데 '무시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는 뉴진스를 상대로 한 따돌림이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조사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요건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는 상사나 다수 직원이 특정한 직원과 대화하지 않거나 따돌리는 이른바 집단 따돌림,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배제 등을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간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연예인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되는지 여부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5인 이상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0년 연예인을 노동자보다는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예외대상자'로 판단했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한다. 소속사는 연예인의 활동을 관리하고 일정 비율의 수익을 나눈다. 소속사가 연예인의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법상 위임계약으로 판단돼 고용계약으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연예인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겨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청년부대변인은 "무리한 스케줄로 무대 위에서 쓰러지는 아이돌의 모습은 과로로 쓰러지는 노동자와 다르지 않다"며 "다른 것은 이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특고(특수고용) 노동자와 함께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한 판례들이 많아진 만큼 연예인을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본다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원철 공인노무사는 "연예인은 일반 근로자처럼 사용자에게 종속되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연예인처럼 자영업자의 성격을 띠면서 회사와 경제적 종속 관계에 있는 골프 캐디나 보험판매업 사원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도 대법원은 골프 캐디로 일하던 배모 씨가 상사인 캡틴의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자 캡틴과 이를 방치한 회사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근로기준법상 캐디가 특수고용직으로서 노동자임을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며 "가해자인 캡틴과 이를 방치한 회사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선 저연차 연예인은 기획사와 일종의 갑을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노무사는 "아이돌 연습생이나 저연차 연예인은 회사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야 하고 수입 분배에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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