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오세훈표 소득보장 정책실험 '서울 디딤돌소득' 지원을 받은 가구 중 탈수급 비율이 1년차 대비 3.8%p 상승한 8.6%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에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개최하고 2년차 서울 디딤돌소득 성과를 발표했다.
디딤돌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의 일정비율을 보전,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복지제도다. 최근 시민공모를 거쳐 기존 명칭 안심소득을 디딤돌소득으로 바꿨다.
이번 분석대상은 지원가구와 비교집단을 포함해 1단계(기준중위소득 50% 이하) 1523가구, 2단계(기준중위소득 85% 이하) 3588가구다. 지난해 조사보다 규모가 커지고 기간도 길어져 실험의 신뢰성을 높였다.
먼저 지원가구 중 중위소득 85%를 넘어 더이상 디딤돌소득을 받지 않아도 되는 탈수급률은 8.6%(132가구)에 달했다. 1차년도 4.8%(23가구)보다 3.8%p 증가한 수치다.
지원가구의 31.1%(476가구)는 근로소득이 늘어났다. 1차년도 21.8%(104가구) 대비 9.3%p 높아지며 근로유인 효과가 약한 현행 제도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일을 하지 않는 비근로가구의 근로유인 효과도 관찰됐다. 디딤돌소득 수령 이후 근로를 시작한 비율이 비교가구 대비 3.6%p 높았다.
고령자나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구는 늘어난 소득으로 일하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그 시간을 돌봄에 할애한 경우가 많았다. 가구주가 여성인 경우 이같은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적자원 투자도 늘었다. 이들은 교육훈련비를 비교가구 대비 72.7% 더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축액은 비교가구보다 11.1% 높아 자산형성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의료비·식료품비 등 필수재 소비지출이 비교가구에 비해 많았고, 정신건강 개선효과도 높았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빈곤과 소득격차 완화 방안 모색-소득보장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뤼카 샹셀(Lucas Chancel) 세계불평등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그러스키(David B. Grusky) 스탠포드대학교 사회학 교수가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뤼카 샹셀 소장은 "불평등 해소 대안으로 서울디딤돌소득을 꼽을 수 있으나 전국적으로 확산했을 때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오 시장은 "기존 현금성 지원제도를 서울디딤돌소득으로 통합·연계해 재원을 확보한다면 추가적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전체 사회보장제도를 정교하게 분석해 재구조화안을 마련하고 소요재원 조달방안을 검토하는 정합성연구를 별도로 진행중"이라고 답했다.
데이비드 그러스키 교수는 "미국과 같이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회도 하나의 상품처럼 시장에서 거래돼 빈곤이 기회의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금을 지급하는 소득보장제도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디딤돌소득을 받은 많은 가구들이 지원금을 자녀교육에 활용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계층 이동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뤼카 샹셀 소장이 '21세기 불평등과의 싸움'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쳤다. 이어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서울디딤돌소득 시범사업의 2차년도 성과를 발표하고, 엘리자베스 로즈(Elizabeth Rhodes) 박사가 샘 올트먼 기본소득 실험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루크 쉐퍼(H. Luke Shaefer) 미시간대 사회복지학 교수, 로버트 조이스(Robert Joyce) 영국 알마이코노믹스 부소장, 파시 모이시오(Pasi Moisio)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 연구교수는 각 나라의 소득보장제도 사례를 발표했다.
시는 이번 포럼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디딤돌 소득의 향후 발전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디딤돌소득은 소득 상승과 근로의욕 고취라는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됐다"며 "서울디딤돌소득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전세계가 주목하는 K-복지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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