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전공의 후원금 모금에 입장 내기 어려워"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여·야·의 협의체'도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한 사직 전공의 수사는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2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야·의 협의체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의가 합의를 하더라도 합의 내용을 정부가 이행할 것이란 확신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채 이사는 "(의협이) 협의체에 들어가서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정부가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의체에 들어간다고 해도 (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 되고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 이용만 당하지 않겠냐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협의체 구성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정상적으로 협상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회원들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겠다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지적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 정책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한 사직 전공의 사태와 관련해서는 불법행위와 구속 수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채 이사는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한 것이 불법행위라면 잘못됐지만 현재 (사직 전공의에 대한) 경찰 조사 과정이나 구속 수사 등을 보면 분명히 부당할 정도로 과하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일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정 씨는 지난 7월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들의 명단과 신상정보를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방에 올린 혐의를 받는다.
채 이사는 일부 의사들의 정 씨 후원금 모금을 놓고는 "회원 개개인의 구속 사직 전공의 지원은 협회에서 입장을 내놓기 곤란하다"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의도로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규모를 추산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입장을 내는 게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피해자 지원은 가능하다고 했다. 채 이사는 "피해자도 명백하게 회원일 가능성이 있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회원 보호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주저 없이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의 첫 정책 제언 내용도 발표됐다.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은 전공의와 의대생 10여명으로 구성된 의협 내 정책생산기구다. 전공의·의대생 입장에서 의료정책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채 이사는 "무면허 의료 행위와 관련해 당사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자문단은 △불법의료행위 감시기구의 확대 및 상설화 △중앙윤리위원회(중윤위) 회부 방식에 배심제 도입 △의료인 등록 및 공시제도 도입 등을 제언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현재 운영 중인 간호사불법진료신고센터를 불법 의료행위 감시 기구로 상설화해 신고 사항 자체조사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윤위에 회부될 수 있도록 한다.
중윤위 회부 방식에 배심제를 도입한다. 회원 중 이해당사자를 제외하고 거주지역과 성별, 연령대 등을 고려해 무작위로 선별한 인원에게 안건을 익명으로 설명하고 징계 내용을 선택하도록 한다. 의료인 등록 및 공시는 피시술자가 시술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무면허 의료 행위를 막고 해당 의료기관이 평가 인증을 거쳤는지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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