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국민건강증진법 시행 한 달
'10m' 옛 기준 표기한 안내판 버젓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아저씨들도 피우고, 지나가는 자동차 안에서도 담배 연기가 나와요."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19일 오후 서울 은평구 모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이모 군은 학교 주변에서 담배 냄새를 맡은 적 있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 학교 정문과 후문에는 금연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안내판에는 초·중·고등학교 시설의 경계선에서 30m 이내 금연구역이라는 글도 보였다. 그러나 '엄마'를 외치며 뛰어오는 아이들, 할아버지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 발밑으로 담배꽁초가 밟혔다. 4학년 전모 양은 "학교 주변에서 담배 냄새를 맡은 적이 가끔 있다"며 "그럴 때면 건강에 나쁘다는 생각이 들고 냄새가 안 좋다"고 말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 주변 30m로 금연구역이 확대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담배 연기에 시달리고 있다. 기존 어린이집·유치원 주변 10m 이내였던 금연구역은 지난달 17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30m로 확대됐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 주변 30m도 새롭게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 건강한 교육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가 무색하게 학교 주변에서 담배 연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 마포구 모 초등학교 앞에서도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학교 철조망에 걸린 '30m 이내 금연구역'이라고 적힌 약 2m 길이의 노란색 현수막 아래에는 갖가지 종류의 담배꽁초 수십 개가 버려져 있었다. 철조망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자 더 많은 담배꽁초가 보였다. 정문 바로 옆 배수구에는 수백 개의 담배꽁초가 쌓여 있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등·하교 시간에는 흡연자가 없지만 그 외에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흔하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하교하던 또 다른 학부모는 "밀집된 주거지역 내 학교가 있어 그런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흡연하는 장소를 학교와 먼 곳으로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금연구역 확대 홍보도 제대로 안 된 모습이었다. 마포구 모 초등학교 정문에는 금연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금연 구역은 아직 법 개정 전인 10m로 표기됐다. 병설유치원이 있는 후문에만 30m 금연구역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데리러 나왔다는 안모 씨는 "당연히 학교 앞은 금연구역이라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범위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며 "남편이 가끔 차로 아이를 데리러 오는데 알려줘야겠다"고 말했다.
법 개정에 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 30m 내 흡연 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지난달 17일부터 이날까지 서대문구는 총 107건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마포구는 10건, 은평구는 7건이었다. 관련 민원 신고는 은평구 14건, 서대문구 12건, 마포구 10건 등 순으로 접수됐다.
현장에서는 금연구역 확대 효과가 아직은 미미하다고 토로했다. 은평구 모 어린이집 교사는 "상습 흡연자나 현관 바로 앞에서 피우지 않는 이상 신고하기 어렵다"며 "우리 어린이집 바로 앞은 인도와 인접해 있고 양옆과 뒤는 전부 주거밀집 지역인데 하루종일 이곳에 서서 단속하고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길 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많은데 하나하나 다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잘 보이는 안내판을 골목과 맞닿아 있는 곳에 모두 부착한 만큼 어른들의 배려와 인식의 변화가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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