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기준 20개 의대에서 총 542명 군 휴학
복귀 대신 군 복무 해결…군의관 수급 차질 우려도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학교 복귀 대신 군 입대를 선택한 의대생들이 500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학생들이 줄줄이 군의관을 포기하고 현역 입대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의대 2학기 수업 파행은 물론, 향후 군의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전국의대학부모연합(전의학연)이 전국 40개 의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20개 의대에서 총 542명이 군 입대를 사유로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별로는 부산대에서 의대생 61명이 군 휴학을 신청해 가장 많았다. 이어 전북대 57명, 경북대 42명, 전남대·중앙대 40명, 가톨릭관동대 33명, 충남대 32명, 경상국립대 30명 등 순이었다. 이외에도 순천향대 28명, 한림대 27명, 계명대 23명, 강원대 21명, 대구가톨릭대·영남대·충북대 18명, 제주대 16명, 아주대 12명, 서울대 10명, 건국대·건양대 8명 등으로 집계됐다.
정보공개청구에 응하지 않은 나머지 대학 의대생들의 군 휴학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나머지 20개 대학에도 군 입대를 선택하는 의대생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전의학연 관계자는 "공익을 위해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학교들이 많다. 한 사립대는 법인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해당해 공개하기 힘들다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며 "가천대, 경희대, 원광대, 한양대 등에서도 많은 수가 입대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의대생들의 군 입대는 예년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20개 의대에서 군 휴학을 신청한 학생은 총 115명이었으며, 지난 2022년에는 79명에 불과했다.
학교별로 중앙대의 경우 지난해 군 휴학을 하고 입대한 의대생이 1명이었으나 올해는 40명으로 40배나 늘었다. 가톨릭관동대는 지난해 3명에서 올해 33명으로, 건국대는 지난해 1명에서 올해 8명으로 증가했다. 아주대는 2명에서 12명으로, 영남대는 3명에서 18명으로 6배씩 늘었다. 서울대의 경우 2022년 3명, 지난해 6명에서 올해 10명으로 많아졌다.
이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학생들의 군 입대가 잇따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업을 거부하면서 쉴 바엔 차라리 입대해 군 복무부터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학부모들 역시 대부분 입대를 권하는 모양새다.
아들이 수도권 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한 학부모는 "대학에서 6년 공부하고 인턴, 전공의, 군의관 가는 게 일종의 코스였으나 이미 7개월을 쉰 상황이다 보니 시간 절약 차원에서 차선책으로 입대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내년에 의대 교육 정상화가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일단 군 입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군대라도 빨리 해결하고자 저 역시 군대에 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의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서울대는 의대 정원 140명 중 30명만 정시로 뽑고 나머지는 수시로 뽑다 보니 재수·삼수생 출신이 적다. 그래서 군 입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그런데 이번 사태 이후에는 빨리 군대부터 해결하자는 의견이 많다. 주변에서 내년 입대를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과생들 입대도 늘면서 향후 군의관 수급에 차질도 우려된다. 542명 중 학년별로 본과 1~4학년은 361명, 예과 1~2학년은 181명이다. 본과 1학년의 경우 지난해 40명이 군 휴학을 신청했으나 올해는 145명이, 본과 2학년은 지난해 11명에서 올해 103명이 군 휴학을 신청했다. 본과 3학년은 74명, 4학년은 39명으로 지난해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군의관을 하려고 최소 2년에서 5년까지도 군대를 미뤘을 본과 학생들마저 입대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주 2학기 개강을 했지만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본과 2학년 의대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현재 매우 많은 학생이 입대를 하고 있다. 군의관보다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아 특히 삼수 이상을 한 나이 많은 학생들은 더욱 그렇다"며 "몇 년 후에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가 모자라 또 다른 의료대란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현장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정부의 군의관·공보의 파견 대책의 부정적 영향으로 앞으로 군의관을 지원하는 의대생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정부가 군의관과 공보의를 아무 데나 배치하는 걸 봤는데 누가 군의관을 하려고 하겠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사병 월급도 너무 올라서 군의관이 가진 메리트가 없다. 앞으로 군의관은 아무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의관으로 입대할 경우 38개월을 복무해야 하지만 육군은 18개월이다. 중위 1호봉인 군의관 월급은 204만원꼴로 내년부터 205만원을 받는 병장과 큰 차이가 없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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