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하류 중심 시범사업 검토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청계천에서도 못하면 어디가서 하나요."
서울 중구 청계천 모전교 아래서 앉아 쉬던 이나라(49) 씨는 청계천에서 반려동물이 산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가 시범사업을 통해 한시적으로 청계천 내 동물 출입을 허용한다고 밝힌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청계천반려견 동반출입 시범사업'의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전문가 및 시민 자문을 통해 이르면 추석 이후가 될 거란 전망이다.
지난 23일 찾은 청계천은 31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부터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제각각 청계천을 즐기고 있었지만, 강아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만난 시민들에게 반려견 동반 출입에 대해 묻자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 씨는 "청계천에 강아지가 들어오면 안 되는 줄 몰랐다"며 "이런 곳에서 산책을 못하면 어디 가서 해야 하냐"고 되물었다. 산책로 중간에 설치된 그늘막 아래서 만난 고모(24) 씨도 "어차피 집이 멀어 여기까지 와서 산책할 수 없지만 (반려견)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줄 몰랐다"며 "시대착오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임모(38) 씨는 "굳이 못 들어오게 막을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울시의 허용이 되려 늦은 감이 있다"고 전했다. 엄유선(31) 씨는 "반려동물 인구가 크게 늘면서 주인들의 시민의식도 높아졌다"며 "출입을 막을 게 아니라 청계천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산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청계천 이용·관리에 관한 조례 제11조에서 시민의 안전 및 공익을 위해 동물 동반 출입 행위 등을 할 경우 시장이 행정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장애인을 보조하는 장애인 보조견은 예외다. 연간 방문객이 1600만여명에 달하는 청계천의 좁은 하폭과 협소한 산책로 탓에 반려동물까지 다니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취지였다.
반려견 출입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청계천 가까이 거주 중인 50대 이모 씨는 "동물 출입은 싫다"며 "사람이 여기저기 앉아 쉬는 공간이 동물 배설물로 도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60대의 한 시민도 "사람이 이렇게 많이 다니는데 강아지가 발에 치이기라도 하면 끔찍하다"며 "출입 금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원24'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계천 반려견 산책하게 해주세요'라는 청원에도 66개 의견 중 46개의 반대 의견이 달렸다. 구체적으로는 "애완견 출입이 허용되면 청계천 유지관리 비용이 상승할 것이고 고스란히 시민들 세금으로 부과된다", "아이들도 많이 다니고 번잡한 공간에 동물 관리가 잘될 리 없다", "개 물림 사고 너무 걱정된다" 등이다.
서울시는 유동 인구가 적고 산책로가 넓은 하류를 중심으로 허용 구간을 정하고 전문가와 시민 자문을 통해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에티켓 및 주의사항 등을 안내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통해 반려견 출입을 허용하게 되더라도 지켜야 하는 에티켓 등을 홍보하고 안내해야 한다"며 "시행에 앞서 다각도로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범 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이후에 나타나는 문제점, 개선사항 등을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2005년 청계천의 고가차도를 철거하고 복원하면서부터 반려동물의 출입을 금지했다. 반려동물 출입이 금지된 하천은 서울 시내에서 청계천이 유일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청계천 내 산책을 허용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출입 허용 방안을 검토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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