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은행이 대출을 거부한 행위는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지적장애인 동생 A 씨가 장애인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아파트 잔금을 위해 디딤돌대출을 신청했으나 지적장애를 이유로 은행 대출을 거부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은행 측은 "단순히 지적장애를 이유로 A 씨의 대출을 거절한 것이 아니었다"며 "업무편람 등에 따라 피해자의 대출계약 체결을 위한 의사능력과 상품 주요 내용 이해 여부 등을 확인한 결과 피해자의 의사능력 및 대출상품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에서 지적장애인의 금전 계약이 무효 판결된 사례가 있어 아파트 잔금대출 과정에서 후견인 없이 대출약정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을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은행이 A 씨가 지적장애인임을 확인한 후 업무편람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A 씨의 의사능력 유무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추후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피해자의 의사능력을 문제 삼아 대출을 거부했다"며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른 장애인 특별공급 등에 금리우대를 적용하는 디딤돌대출의 취지가 장애인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고 A 씨가 대학 졸업 후 10년간 경제활동을 해 온 점 등을 살펴볼 때 은행이 대출을 거절한 이유에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는 은행장에게 피해자가 대출받기를 원하면 심사 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지적장애인이 대출 신청할 때 의사능력 유무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후견인이 필요 없다는 법원 판결문을 요구하는 업무방식도 시정하라고 권했다.
금융감독원장에게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고,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알기 쉬운 금융상품 안내서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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