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먹이 줄자 도심 출몰 잦아…광견병·개선충증 전파
마주치면 자극 금지, 반려동물은 즉시 안고 자리 피해야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울 도심에서 야생의 '불청객' 너구리 출몰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서울시가 시민 인식개선과 홍보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물림 사고와 같이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지만 생태계에서 나름의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현명한 공존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야생동물구조센터의 너구리 구조 건수는 2019년 63건, 2020년 69건, 2020년 81건, 2021년 63건, 2022년 80건 등으로 증가 추세다. 또한 서울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6개구에 너구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동물인 너구리가 도심에 출몰하는 이유는 도시 확장으로 서식지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생존영역에서는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반면 도심에는 공원과 산책로 등 녹지공간이 증가하고 음식물쓰레기, 사료 등 먹이를 찾기 쉽다는 것이다.
너구리는 주로 밤 시간대 활동하며, 대체로 사람을 피하고 공격성이 없는 편으로 사람이나 반려견을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사람이나 반려동물이 가까이 접근하거나 위협할 시에는 방어를 위해 공격성을 나타낼 수 있고, 특히 번식기 및 양육기(3~9월)에는 어미너구리가 위협을 느껴 예민할 수 있다.
특히 물림 사고로 광견병, 개선충증 등 인수공통전염병을 전파할 수 있다. 다른 많은 대형 포식동물이 절멸하면서 야생에 천적도 거의 없다.
다만 야생에서는 생태계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생 중인 개과 야생동물로, 중간소비자 단계에서 쥐 등 설치류 개체군을 조절하거나 사체를 처리하고, 열매 섭식 등을 통해 종자를 산포하는 등 생태계 기능에 기여한다.
이에 시는 너구리와 공존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시민 안전을 위해 너구리와 마주쳤을 때 행동요령에 대한 안내문과 안내판 표준안을 마련해 자치구에 제공했다. 안내문안은 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제작해 시·구 홈페이지 등에 게재했다. 안내판은 각 자치구 및 공원여가센터를 대상으로 야생 너구리 출몰이 빈번한 지역을 조사해 8~9월 중 확대 설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광견병 예방을 위해 매년 봄·가을 외곽 하천·산악지역 등을 중심으로 야생동물용 광견병 미끼예방약을 살포하고, 자치구에 너구리 기피제도 배부한다. 또 자치구별로 야생동물 피해보상이 가능하도록 구민안전보험 가입 및 야생동물 피해보상조례를 제정하도록 독려한다. 도봉구는 자체적으로 우이천에 너구리 차단펜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아울러 길고양이 사료가 너구리의 주요 먹이원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대시민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길고양이 돌봄 순회 간담회 등을 통해 돌봄시민들에게 고양이들이 일정시간 내에 먹을 수 있는 양만 급여할 수 있도록 알리고, '남은사료, 빈 그릇 치우기' 등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일상 속에서 너구리와 마주쳤을 경우에는 사진을 찍거나 만지는 등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다가가면 위협을 느껴 방어 차원에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산책 시에는 반려동물이 너구리에게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므로 안고 즉시 자리를 피해야 한다.
야생 먹이원 관리를 위해서는 산림 내 임산물을 채취하지 말고, 공원이나 한강, 하천변에 음식물쓰레기를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길고양이 사료도 야생동물 먹이원이 될 수 있어 돌봄 가이드라인에 따라 급식소를 운영·관리해야 한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야생 너구리에게 먹이주기 등 인위적 간섭은 개체수 증가와 함께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사라지게 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너구리가 야생성을 유지하고 생태교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야생동물로 인식하고 거리두기를 하며 공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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