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전 책임진 경찰 대표로 어깨 무거웠다"
경찰국·이태원·오송참사·이상동기범죄 등 험난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56)이 9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며 33년간 입었던 경찰 제복을 벗었다. 2003년 경찰청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후 이택순(13대)·강신명(19대)·이철성(20대)·민갑룡(21대) 전 청장에 이어 임기를 채운 5번째 청장으로 기록됐다.
윤 청장은 이날 오후 경찰청 참수리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치안 총수라는 과분한 영예보다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경찰의 대표로서 어깨가 무거웠다"며 "혼자였다면 오늘의 순간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밝혔다.
윤 청장은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민주적 통제와 중립성 논란, 이태원과 오송 참사, 이상동기범죄의 발생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이슈와 쟁점이 쉼없이 이어졌다"며 "시작도 하기 전부터 임기를 채우지 못할 거란 냉소도 있었고 계속되는 사퇴설 속에 흔들리는 시간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하지만 무엇이 공직자로서 진정한 책임을 지는 일인가 끊임없이 숙고했다"며 "단 며칠을 근무하더라도 저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사즉생의 각오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부임하는 조지호 신임 청장에게는 "탁월한 업무역량과 열정을 갖춘 리더"라며 "신임 청장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경찰의 더 멋진 미래를 활짝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 경찰국부터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까지…조직 개혁에 내홍
윤 청장은 지난 2022년 8월10일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그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립에 따른 경찰 내 반발을 수습하기 위해 취임식을 생략하고 현충원 참배 후 일선 현장을 찾으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경찰국 설치를 허용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임기를 시작해야 했다.
잇따른 이상동기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설치한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도 논란의 대상이다. 윤 청장은 국민 불안을 달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가동, 순찰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로 인력이 집중되고 업무 강도가 증가하면서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전국경찰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폐지하고 인력을 원상 복귀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의 숙원인 급여 인상과 복수직급제 도입은 윤 청장의 성과로 꼽힌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한 '100원의 기적' 지원 사업도 업적으로 평가된다. 100원의 기적은 경찰관이 자발적으로 매달 급여에서 100원 또는 1000원을 공제해 모은 돈을 순직 경찰관 자녀에게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 이태원·오송 잇따른 참사…미흡한 대응 지적도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대응은 '아킬레스건'이다. 경찰의 부실 대응이 도마에 올랐고, 청장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상당했다.
윤 청장 역시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것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달 8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연 재난뿐 아니라 사회적 재난에서 경찰의 역할과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되새기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돌아간다면 (참사를) 미리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대 7기인 윤 청장은 지난 1991년 경위로 임용된 후 충북 제천경찰서장,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실 경무담당관,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21년 12월 치안감으로 승진한 뒤 윤석열 정부 출범 반년 만에 치안정감, 한 달 후에는 경찰청장으로 내정되면서 전례 없는 초고속 승진으로 주목받았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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