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금 회피 목적으로 단정할 수 없어"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배우자에게 증여한 주식을 회사가 매입해 소각했더라도 탈세를 위한 가장 거래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지난 5월 24일 A 씨가 서울 잠실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배우자 B 씨, 자녀와 함께 장난감 도소매업체 C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A 씨는 2020년 11월 주식 1000주를 B 씨에게 증여했다. B 씨는 주식 시가를 6억400만원으로 평가하고 증여세 38만8000원을 신고해 납부했다. 같은해 12월, B 씨는 C 회사 주식을 회사에 6억1000만 원에 양도했고 같은 날 회사는 이 주식을 소각했다.
다음 해 1~2월 C사는 배우자에게 주식 양도 대금으로 총 6억900만 원을 지급했고, B 씨는 주식 양도 대금을 자신의 펀드 계좌에 입금했다.
이에 세무당국은 해당 거래가 '의제배당 소득'에 따른 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가장 거래라고 판단했다. 세무당국은 A 씨가 실질적으로 회사에 직접 주식을 양도했다고 보고 종합소득세 2억4000만여 원을 경정 고지했다. 의제배당 소득은 법인의 자본 소각 등으로 출자자가 받는 경제적 이익이다. 실질적으로 배당으로 인정해 과세 대상이다.
이에 A 씨는 "주식의 증여, 양도, 소각은 각각 독립된 경제적 목적과 실질이 있으며,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잠실세무서장을 상대로 종합소득세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씨와 B 씨, C 회사 사이의 거래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 거래라고 보기 어렵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거래로 발생한 주식 양도 대금을 지급받은 배우자가 자신의 펀드 계좌에 이체했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 양도 대금이 A 씨에게 귀속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주식의 증여로 배우자 증여 공제 제도를 통해 절세하고, 증여액과 주식 양도 대금이 비슷해 배우자가 양도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게 됐다거나 그 과정에서 컨설팅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주식의 증여 및 양도가 오로지 의제배당소득세 부담을 회피할 목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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