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도 기업…자율규제 사각지대"
전문가들, 특별법 제정 및 자정 노력 필요
[더팩트ㅣ장혜승·조소현 기자] 유튜브가 데이트폭력 피해를 고백한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거나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는 속칭 '사이버 레커'들의 수익 창출을 중지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후원금 모집 등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우회로가 있는데도 유튜브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유튜브 수익 창출 정책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책임'은 유튜브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버의 경우 플랫폼 안팎에서 유튜브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책임을 다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튜버가 타인에게 악의적으로 해를 입히려고 하거나 학대나 폭력, 사기, 기만 행위 등으로 실제 해를 입힐 경우 유튜브는 해당 채널이 더이상 수익을 창출할 수 없게 하는 등의 제재에 나설 수 있다.
이에 유튜브는 최근 쯔양을 협박한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유튜버 '구제역'과 '전국진', '카라큘라' 등 3명 채널의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를 정지했다. 유튜버들은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 창출의 기회를 갖는데, 영상에 게재되는 광고 수익을 공유할 수 있으며 유튜브 채널 멤버십 등 기타 수익 창출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가 정지됐다는 것은 영상 조회수에 따른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광고 게재가 원천 차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튜브 관계자는 "수익 창출 정책을 위반하는 경우 유튜브에서의 수익 창출이 정지될 수 있다"며 "수익 창출 정지가 된 크리에이터들은 절차에 따라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가입을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이후 유튜브에서 신청 건을 면밀히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가 정지되더라도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우회로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유튜버는 영상 내 자체적으로 광고를 송출하거나 후원금을 모집하는 방법 등으로 파트너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도 별도 수익을 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다. 가세연은 지난 2022년 5월 수익 창출 정책의 반복적인 위반으로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가 정지됐지만 후원금 모집 등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김세의 가세연 대표는 지난 10일 방송에서 "가세연은 3년 가까이 수익 창출이 정지됐다"면서도 "가세연을 응원하고 싶다면 후원계좌와 ARS, 페이팔 등으로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을 매개로 하지 않는 수익 창출까지 규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후원금 모집은 규제가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며 "수익 창출 중지라는 것은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구글에서 돈을 막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 일정 기간 동안 계정을 보이지 않게 할 수는 있어도 개별 후원마저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광고비를 받지 못해도 후원금 모집 등은 가능하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셈인데, 유튜브가 마음만 먹으면 후원금 계좌 노출 등도 제재할 수 있지만 유튜브 입장에서 사이버 레커들은 (수익을) 물어다주는 영업사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체 광고와 시청자들의 자발적 후원마저 제한하는 게 적정한지를 놓고는 논의가 더 필요하지만 이번 쯔양 사건처럼 악의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이버 레커들이 이를 빌미로 삼을 수 있는 구조 자체는 어떤 형태로든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 교수는 "시민들이 유튜브를 공공기관처럼 생각하지만 유튜브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며 "유튜브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 자율 규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수익 창출 정지 등이 포함된 '유튜브 특별법' 등을 만들어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독일은 네트워크 집행법에 따라서 이용자 200만명이 넘는 소셜미디어는 특정 대상에 혐오 콘텐츠가 올라오면 플랫폼 사업자가 24시간 이내에 차단하도록 (규정을) 박아 놓았다"며 "국내에는 (규제) 법이 아무 것도 없다. 문제가 더욱 심각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홍 교수는 "사이버 레커가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며 "언론 자유는 기본적 권리이고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제재는 국가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법적으로 규제하기 보다는 자정작용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민들은 사이버 레커 채널을 보지 않고 자극적인 메시지를 지양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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