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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 금지법 5년…신고는 늘어도 처벌은 '바늘구멍'

  • 사회 | 2024-07-21 00:00

'괴롭힘' 개념 불명확해 피해자-노동청-법원 간 괴리

1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후인 2020년 노동청에 접수된 괴롭힘 신고 건수는 7398건이었으나 2023년에는 1만5801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더팩트 DB
1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후인 2020년 노동청에 접수된 괴롭힘 신고 건수는 7398건이었으나 2023년에는 1만5801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지난 2019년 7월16일 시행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5년을 맞아 신고는 증가세지만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명확한 괴롭힘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인 지난 2020년 접수된 괴롭힘 신고는 7398건이었으나 2023년에는 1만5801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1월부터 5월까지 511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5년여간 접수된 전체 신고 3만9316건 중 유형별로는 폭언이 1만73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당 인사 조치 7281건, 험담 및 따돌림 5610건, 차별 1924건, 업무 미부여 1467건, 폭행 1330건 등 순이다.

이 중 3만8730건이 처리가 완료됐는데 과태료 부과는 501건(1.3%), 검찰 송치는 709건(1.8%)에 그쳤다. 송치된 사건 중 302건만 기소로 이어져 전체 처리 완료 사건 중 기소율은 0.78%였다. 반면 '법 위반 없음' 등이 포함된 기타로 처리된 건수는 2만1519건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괴롭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철 노무사는 "고용노동부 매뉴얼이 있지만 추상적"이라며 "예시도 누가 봐도 명백하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행위들만 돼 있어 그 외의 상황을 다 담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근로자들은 괴롭힘이라 느껴 신고를 하지만 막상 노동부나 소송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인정되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괴롭힘 판단 요소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을 것 등이다.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지난 2020년 7월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갑질금지법 시행 1년'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금지법 리모델링 퍼포먼스를 있다. /뉴시스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지난 2020년 7월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갑질금지법 시행 1년'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금지법 리모델링 퍼포먼스를 있다. /뉴시스

판단 기준의 불명확함이 곧 근로자와 노동청, 법원 간 괴리를 낳는다. 소민안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사회적으로 심각하거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는 사안으로 범위를 좁히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그래야 근로자 입장에서도 법적 예측 가능성을 갖고 신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 노무사는 "대신 처벌 수위나 과태료를 높이거나 근로자들끼리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사업주의 조치를 좀 더 강화하는 방향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강한 처벌이 다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괴롭힘 행위에 무조건 과태료를 처분하게 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약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게 된다. 형벌이나 불이익이 세지면 법원이 행위 자체를 엄격하게 보는 경향도 생긴다.

박 노무사는 "이럴 경우 작은 사안은 오히려 시정을 어렵게 만든다. 정말 중대한 사안만 구제 신청을 해야 하는데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과태료 규정은 2021년 10월부터 시행됐는데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자체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객관적 조사나 피해자 보호 등 사용자 조치 의무 위반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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