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에 청계광장 분향소 추모 발길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수근아, 지금 그곳에서 무엇하고 있니, 보고 싶다. 이곳에서 너를 보고 싶어 계속 불러본다."
1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채수근 상병 순직 1주기 추모 분향소에서 만난 해병대 예비역 김영훈(58) 씨는 포스트잇에 정성껏 추모 문구를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
김 씨는 "자식이 97년생으로 수근이와 또래인데 자식 둔 부모 입장에서 (추모 문구를) 썼다"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자기 자식이 죽었어도 이렇게 했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설치된 분향소에는 채 상병 영정과 국화가 놓여져 있었다. 영정 속 짙은 눈썹에 다부진 인상의 채 상병은 입술을 굳게 다문 모습이었다.
평일 오전에 호우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궂은 날씨까지 이어지면서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드물었다. 간간이 이어지는 해병대 예비역들의 발길만이 분향소의 정적을 깼다.
영정 옆 탁자에서 방명록을 관리하던 해병대 예비역 이근석(78) 씨는 "시민들이 (분향소를)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날씨도 많이 안 좋고 분향소 설치 첫날이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씨는 전날 밤 인근 사우나에서 숙박하고 이날 오전 6시부터 나와 분향소 설치를 도왔다. 그는 "분향소가 운영되는 19일까지 사흘 동안 계속 있을 예정"이라며 "수근이를 생각하면 밤에도 눈물이 난다"고 울먹였다.
해병대 예비역 서왕천(60) 씨는 "아들이 수근이와 같은 나이라 아버지 같은 마음"이라며 "안전장비를 입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상식에 어긋나는 지휘관은 필요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11시가 되자 붉은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 예비역 11명이 영정 앞에 도열했다. 일행 중 한 명이 "일동 묵념"이라고 외치자 이들은 3초간 짧은 묵념 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모두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 한 채 상병을 안타까워했다. 검은색 반팔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40대 이모 씨는 "저 아이가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피었어야 할 청춘이 한 순간에 이렇게 됐다. (가해자들이) 처벌받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릎읋 꿇고 영정 앞에 헌화한 박승복(59) 씨는 "더이상 젊은이들이 죽임당하지 않길 바란다"며 "젊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좌절되지 않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곡히 기도드렸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오후 1시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이세진 씨(45)는 "근처에서 일해서 분향소가 설치된 걸 알고 왔다"며 "(채 상병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전했다.
채 상병 추모 분향소는 1주기인 19일까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시민들이 자유롭게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해병대예비역연대는 당초 광화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으나 서울시와 논의 끝에 청계광장으로 정했다.
zzang@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