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성년자를 영리 도구 이용, 엄벌해야"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 사건을 중국에서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주범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9일 마약류관리법상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모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를 표적으로 삼아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를 협박한 범행"이라며 "미성년자를 영리 도구로 이용한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커 엄벌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대체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공갈은 미수에 그쳤고 수사 과정에 협조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씨는 앞서 지난 2022년 10월부터 중국에 머무르며 국내외 공범들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 음료'의 제조·배포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의 지시를 받은 공범들은 지난해 4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고 속여 미성년자 13명에게 마약 음료를 제공했다. 이후 공범들은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들에게 연락해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 했다.
이 씨보다 앞서 기소된 마약 음료 제조자 길 모씨는 지난 4월 항소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다른 공범 3명은 징역 7∼10년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지난해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공안에 검거됐고 같은 해 12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이 씨는 재판에서 길 씨에게 친구로서 부탁했을 뿐 범행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가 길 씨를 범죄집단에 가입하도록 했고 범행을 수행하게 했다며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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