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자신을 엄벌해달라는 탄원서을 낸 동료 교수에게 "학교를 떠나게 될 수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교수에게 보복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혐의로 기소된 대학교수 A 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A 씨는 자신이 소개해준 인물에게 사기 피해를 당한 교수들이 A 씨를 엄벌해달라고 낸 탄원서를 읽고 동료교수인 B 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 씨는 메시지에서 '이제 저도 인간관계를 정리하려고 한다. 정든 학교를 떠나게 되실 수도 있다. 제게 한 만큼 갚아 드리겠다. 화요일 연구실로 오전 중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B 씨는 A 씨를 보복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보복협박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하는데 문제가 된 문자메시지 내용이 그만한 수준인지가 쟁점이었다.
A 씨 문자메시지 내용은 어떤 해악을 가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추상적이며 A 씨가 불이익을 줄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봤다.
A 씨가 B 씨의 탄원서 내용이 억울해 취중 상태에서 친분이 깊었던 피해자에게 충동적으로 감정을 토로한 것으로 인정했다. A 씨는 피소당한 형사사건에서도 무죄가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정도를 벗어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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