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수업 불참에 집단유급 우려 커져
정부 '동맹휴학 승인 불가' 방침에 눈치보기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수업 불참이 장기화하면서 휴학 승인 처리를 놓고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의 동맹휴학 승인 불가 방침에 대학들이 눈치를 보는 가운데 일각에선 휴학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힘을 얻고 있다.
31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의대는 이미 지난 3월 개강해서 수업을 진행 중이다. 경희대 의대도 당초 3월 초 개강했지만 정상적으로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한 달 전체를 휴강한 뒤 지난 1일부터 수업을 재개했다. 개강을 미뤘던 성균관대 의대는 오는 6월3일 개강한다.
하지만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 상황이며, 정상적인 수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업에 참여하는 의대생도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의대협)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의 98.73%가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수업 거부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 측은 학생들 휴학 승인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휴학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집단유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의대 학칙상 수업 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낙제점(F학점)을 받고 한 과목이라도 낙제점을 받으면 유급된다.
집단유급 사태가 발생하면 24, 25학번이 의대 6년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인턴·레지던트 과정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올해 1학년인 24학번은 총 3058명 입학했다. 집단유급이 현실화되면 내년 4695명으로 증원된 25학번과 같은 학년으로 묶이게 된다. 이 경우 기존의 두 배가 넘는 7700여명이 함께 수업을 듣게 되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려워진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최근 "1학년이 유급되면 증원된 신입생까지 합쳐 7700명이 6년간 수업을 계속 듣는다"며 "이후 인턴, 레지던트 과정에서도 어떤 기수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일 걸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동맹휴학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학들의 고심이 더욱 깊어진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40개 의대에 '동맹휴학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허용하지 말아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경희대 관계자는 "휴학을 허가해야 할 상황까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집단유급을 막기 위한 방안을 상황별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도 "휴학 승인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으며, 동국대 관계자 역시 "휴학을 승인하지 않고 최대한 학생들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할 것을 대학에 주문했다. 학년제로 전환할 경우 8월부터 수업을 재개하면 한 학년에 최소 30주 수업 시수를 채울 수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1조 2항에서는 학교의 수업일수를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 시행령 제10조 2항에서는 학기는 교육상 필요에 따라 전공, 학년 또는 학위과정별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의대만을 위해 수업 운영규정을 바꾸기는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학에서도 학년제를 최후의 방안으로 여기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결국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연세대 의대가 휴학 승인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 눈치를 보던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서울의 한 의대 관계자는 "휴학 처리를 검토 중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며 "학년제 얘기도 분분한데 결정된 건 아니다"고 전했다. 앞서 이은직 연세대 의과대학장은 지난 20일 교수진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올바른 의학교육을 견지하기 위해 어느 시점에서는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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