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물풍선에 '공습 예비 경보' 재난문자
전문가들 "표현 상세화해 섬세한 대비해야"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지난 28일 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당시 영문으로 '공습 예비 경보'라고 적힌 재난문자가 발송돼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적절치 않은 재난문자가 도리어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지적과 함께 표준 문구를 세분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기도는 지난 28일 오후 11시34분께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시 군부대 신고. '에어 레이드 프릴리미네리 워닝'(Air raid Preliminary warning)'이라는 재난문자를 13개 시·군(파주·고양·연천·의정부·포천·남양주·동두천·양주·수원·오산·평택·용인·안성)에 발송했다.
재난 문자는 재난의 경중에 따라 위급재난문자, 긴급재난문자, 안전재난문자로 구분된다. 이번에 발송된 것은 가장 높은 단계인 위급재난문자로 재난문자 수신을 꺼놨더라도 알림이 울리게 된다.
민방공 상황 관련 재난문자 발령 권한은 군이 갖고 있어 지자체에 정보를 제공해주는 형태다. 경기도는 "군에서 추적 관찰을 통해 관측이 예상되는 경로의 시·군을 지정해주고 이에 해당되는 곳에만 재난문자를 발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공습 경보 표기 이유에 대해 "대남전단 추정 물체가 어떤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문자 내용 가운데 영문 표기인 '에어 레이드 프릴리미네리 워닝'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상 선택할 수 있는 영문 표기는 항공기, 탄도탄, 정찰위성 등 3가지"라면서 "경기도는 이 가운데 대남전단 추정 물체에 가장 유사한 항공기를 선택한 것으로 시스템상 오류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재난 문자의 내용도 세부적이지 않고 '에어 레이드'를 번역하면 공습 경보가 돼 시민들은 물론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까지 공포가 가중됐다는 점이다.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대남전단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이해가 어려운 경우 번역과 합쳐져 전쟁공포심이 조장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야밤에 공습경보 알림을 띄울 일인지 모르겠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아이랑 자다가 놀랐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문자소리에 깜짝 놀랐는데 잠결에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고 우려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문자 자체가 공습이라는 표현이 나와서 불안감을 준 것은 맞는다"면서 "다만 그때그때마다 관계자가 문자를 보내는 게 아니라 정부에서 보내는 일종의 문자가 한정돼 있다고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뭐가 날아오는지 모르니 국민들에게 경계의 메시지를 보내긴 해야 한다"며 "표현을 상세화하고 구분하는 등의 섬세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재난문자 발령 요청이 바로 와도 그때 당시 용어를 전문적으로 찾기가 어렵다"며 "여러 상황에 대해 미리 공유되고 전국적으로 세부적인 통일화된 문안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9일 "북한은 어제(28일) 야간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 이는 민가지역 뿐만 아니라 공항, 고속도로 등에 낙하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초 식별시부터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하고 현장 부대에서 경기·강원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대국민 안전문자 발송을 지자체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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