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증인 추가 소명해야 고려"
1심 "범죄 증명 없어" 무죄 선고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등 의혹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양측이 증인 신청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2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법정 출석 의무가 없어 이 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법원에 2000개의 새로운 증거를 제출했고, 11명의 증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전문가, 삼성그룹의 임직원들이다.
검찰은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전문가적 양심에 따라 진술할 수 있다고 생각해 증인으로 신청했다"며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영위한 사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라고 생각한다"고 증인 신청 이유를 밝혔다.
증인 신청한 임직원을 놓고는 "이들이야말로 재판정에 출석해 위증의 부담을 안고 진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 측은 불필요한 과정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 측은 "상당수의 증인의 이 사건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법정에서 합병에 대한 여러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검찰 의견에 맞는 진술을 듣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 측은 "검찰의 증인 신청은 기각돼야 한다"며 "채택될 경우 (피고인 측도) 증인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 측은 "만약 일부라도 인용이 되면 피고인 측에도 동등한 증인 신문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1심에서 이미 68명이나 되는 증인을 신청했고, 항소심에서 더 증인신문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도 증인 신문에 난색을 표했다. 재판부는 "11명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미 진술조서가 작성돼 있었다"며 "추가 소명을 해줘야 긍정적 고려가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합병은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췄다고 봤다.
또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시세조종 등 회사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관여했다고 본다.
지난 2월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1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이 회장의 모든 공소사실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고 무죄 판결했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다.
이 회장의 다음 기일은 오는 7월22일에 열린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본격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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