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95% "증원 맟춰 강의실 등 준비 어려워"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 총장을 향해 "법원의 결정 전까지 대학 입시요강 발표를 중지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사법부는 소송 지휘권을 발동하고 정부는 대법원의 최종 결정 전까지 행정절차를 중지하고 재판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농단, 교육농단'은 생산적인 비판과정 없이 일사불란하게 도미노처럼 붕괴되는 맹목적인 결론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의교협은 "2025년도 대학입시모집요강은 입시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예방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령에 기재된 ‘사전예고제’에 따라 2023년 5월에 이미 확정, 발표됐다"며 "입시가 8개월도 남지 않은 2월6일 정부는 갑자기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해 입시생과 학부모를 혼란에 빠트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회생 즉, 공공의 복리를 위해서는 의사를 양성하는 기관과 의과대학 교육현장이 붕괴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 1만3000명이 제기한 서울고등법원의 의대정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 세 건과 부산대 의대 재학생 4명이 포함된 대법원 재항고심 한 건이 5월30일 이내로 결정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의대 교수 10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증원 시 교육 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의대 교수의 95%가 건물, 시설, 교수, 교육병원, 전체역량 등 5개 문항에서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의대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의 입학과 진급에 맞춰 학교 강의실 등 건물이 적절하게 준비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78.7%가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도 16.2%를 차지했다.
'학생들의 진급에 맞춰 학교의 시뮬레이션 센터, 의학기자재 등 시설이 적절하게 준비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81%가 '매우 그렇지 않다', 15%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의대 증원에 따라 '임상실습교육을 위한 의대 교육병원을 확보할 수 없다'는 답변은 93.5%에 달했고, 의대 교수를 적절히 확보할 수 없다'는 응답도 96.4%를 나타냈다.
김 회장은 의대 증원이 결정된 한 의대의 수요조사서를 공개하며 "7년간 의대입학정원 증가시 총 403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전체 의과대학에 적용하면 약 1조2000억원이 넘는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학 교육 자체가 불가능하다. 저질 교육이 되고 저질 의사가 양산될 것이 뻔한데 어떻게 증원에 찬성할 수 있겠냐"며 "지금이라도 무계획적, 즉흥적, 비현실적 급속 증원 계획을 철회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오세옥 부산의대 교수협의회장도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성이 자주 노출됐다"며 "정부는 18개 의대는 실사하지 않고 실사한 의대 14곳 마저 비전문가가 30분~3시간 내로 진행했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오는 30일 오후 9시 전국에서 촛불집회도 진행하기로 했다. 의협은 "전국 단위의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의료 정상화를 위해 국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집회"라고 전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 또는 기각 결정했다. 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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