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8시간·김계환 13시간30분 조사
김계환 측 대질 거부 "해병대에 큰 상처"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해병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대질 신문을 시도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21일 "양측의 대질을 시도했으나 김 사령관 측의 거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사령관 측은 "해병대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해병대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병대에 더 큰 상처를 주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게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대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참고인 조사를 시작한 박 전 대령은 오후 10시 50분께 8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박 전 단장 측은 "대질로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 있어 저녁 무렵 대질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김 사령관이) 거부했다"며 "사령관으로서 진실을 말하는 게 군조직 명예를 지키는 것인데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하를 걱정하는 건 어폐가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박 전 단장 측은 이날 공수처에 출석하며 "육사 출신 의외의 인물이 또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후가 누구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 전 단장 측은 "아직 초기 단계라 공개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하다"면서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국정농단이 아닌가(싶다). 대통령과 친하다고 해서 모든 국정에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박 전 단창 측에 따르면 공수처는 박 전 단장을 상대로 'VIP 격노설'을 질문했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7월31일 오후 5~6시 사이 해병대 사령관 집무실에서 김 사령관이 임 비서관에게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VIP가 격노했다'는 말을 듣고 전했다고 주장해 왔다.
박 전 단장 측은 "김 사령관은 임기훈 국방비서관과의 통화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얘기한 것 같다"며 "통화한 게 드러났는데 더 이상의 증거가 필요하냐"고 밝혔다.
김 사령관도 이날 오전 10시 출석해 오후 11시29분께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김 사령관은 '대질 신문을 거부한 이유'와 '박 대령의 대통령 격노 주장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차에 올랐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 31일~8월 2일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조사기록의 이첩 보류지시를 받고 박 전 단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단장은 앞서 김 사령관에게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수사 외압'의 배경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한 바 있으나 김 사령관은 이를 부인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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