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거듭 주장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철승 변호사가 거듭 국민참여재판 필요성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중남 부장판사)는 2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준수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변호사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재판에 출석했으나 변론과 검찰 측 주장 반박 등을 대부분 본인이 진술했다.
공판에서는 국민참여재판 필요성 여부를 두고 검찰·피해자 측과 정 변호사 측이 첨예하게 다퉜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형태의 재판이다.
정 변호사는 "법원에 대한 사회 여론과 언론의 압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작년 법원이 박 전 시장의 다큐멘터리 상영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리는 등의 결정이 '보수언론의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성범죄 피해자의 신상 공개와 관련해 일반인의 법인식을 기준으로 배심원 판단을 받아보는 게 어떨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에 대해서도 "성범죄로 볼 수 있나 의문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혐의는 피해자의 경찰 고소 이후 박 전 시장이 사망해 2020년 12월 수사가 종결됐다. 하지만 인권위는 자체 조사를 거쳐 2021년 1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고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개선책 마련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서울시 역시 이를 수용했다.
정 변호사는 인권위 결정을 놓고 "(인권위가 성희롱을 인정한 2가지 행위는) 매니큐어를 바른 손을 바라보며 손을 잡았다는 것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음란 문자를 보냈다는 것인데 어떤 음란 문자인지 물증이 없다"라며 "인권위는 형사 처벌 여부가 아니기에 (물증 등이) 엉성해도 사실을 인정한다. 이것이 엄격한 형사 절차로 심의됐다면 단 한 건도 인정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성폭력 피해자 변호인 측은 2차 가해 우려가 크고 여론이 아닌 법관의 판단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며 국민참여재판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재판부에 "박 전 시장을 성폭력으로 형사 고소한 피해자에게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2차 가해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을 감내하라는 것은 가혹하다"라며 "배심원의 정치 성향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업 법관의 심리를 통해 정확히 판단이 필요하므로 국민참여재판 배제를 결정해 주길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도 "법률적으로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할 수 있는 진술은 이미 국가기관 문서에 기재돼 있어서 문서로도 판단이 다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정 변호사를 향해 "인권위의 결정문을 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이 보낸 문자에 대한 불편함 등을 동료에게 (메시지 등으로) 보냈고, 동료가 증언한 것이 인권위(보고서)에 그대로 들어있다. 피고인은 박 전 시장의 대리인으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피해자의 주장은)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다'라고 (SNS에 기재)했다.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21년 8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 등을 기재한 혐의로 작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절차를 마치고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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