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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할인 아니면 장 못 봐요"…치솟은 물가에 서민들 '울상'

  • 사회 | 2024-05-14 17:14

석가탄산일 하루 앞 대형마트
가격 보고 곳곳에서 한숨소리


14일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 올리브유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국내외 올리브유가 빼곡히 진열대를 가득 채운 가운데 가격 할인이 들어간 상품만이 빠르게 팔렸다. /황지향 기자
14일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 올리브유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국내외 올리브유가 빼곡히 진열대를 가득 채운 가운데 가격 할인이 들어간 상품만이 빠르게 팔렸다. /황지향 기자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지금 같은 고물가 시대에 중요한 건 유기농이 아니라 '좋은 가격'이에요."

석가탄신일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은 장을 보면서도 마음이 무거워 보였다. 식료품 코너 앞에서 가격을 확인한 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곳곳에선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참치통조림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가 끝내 할인 상품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는 때마침 찾던 상품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을 발견하고 2~3개씩 카트에 담았다.

밥상 물가가 연일 오르면서 서민 장바구니에 적신호가 켜졌다.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시민들은 기획, 할인 상품 위주로 장보기에 나섰고 상품 진열대는 할인 코너와 일반 코너의 차이가 뚜렷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다소비 가공식품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34개 품목 가운데 20개 품목의 평균 가격이 전월 대비 상승했다. 컵밥(26.3%), 간장(13.2%), 우유(10.5%) 등은 전월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어묵은 100g에 983원에서 한 달 만에 1074원으로 9.3% 올랐다. 치즈(5.5%), 즉석밥(4.4%) 등도 올랐다.

이날 종류별로 우유가 빼곡한 마트 냉장고에는 유기농 등을 내건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일제히 가격이 오른 우유들이었다. 반면 바로 옆 진열대는 텅텅 비었다. 1L에 1890원짜리 우유가 대다수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우유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유 가격은 전월 대비 10.5% 상승했다. /황지향 기자
14일 오전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우유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유 가격은 전월 대비 10.5% 상승했다. /황지향 기자

한참을 고민하던 주부 박모 씨는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900㎖에 2344원짜리 우유를 골라 담았다. 박 씨는 "이곳 마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우유"라며 "우윳값마저 감당이 안돼 온 김에 3통을 사 간다"고 말했다.

참치통조림을 고르던 이모(51) 씨는 "아이들 간식을 사러 나왔다"며 "아무리 간단히 장을 봐도 5만원, 10만원 나오는 건 금방"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씨는 "2개 이상 사야 할인해주는 상품이라도 사야 하지 않겠냐"며 2개 이상 사면 10% 할인해주는 상품을 담았다.

정부가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관리해 온 '7대 품목'의 가격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에 379원이던 우유는 420원으로 10.9% 올랐고 밀가루 역시 100g에 226원에서 234원으로 3.5% 상승했다. 화장지(1.2%), 식용유(0.6%), 설탕(0.2%) 등도 전월 대비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식용유 판매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폭 할인이 들어간 식용유는 품절이었으며 '1+1' 행사 중인 포도씨유 진열대는 텅 비어 있었다. 정상 가격에 판매 중인 나머지 상품들은 진열대가 꽉 차 있었다. 특히 최근 1년 새 40% 넘게 오른 올리브유 코너는 찾는 사람도 보기 어려웠다.

가격이 더 오를 걸 대비한다는 시민도 있었다. 이주은(38) 씨는 "뉴스를 보고 올리브유 가격이 심상치 않아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싶어서 나와 봤다"며 "원래 비쌌지만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할인 판매 중인 상품이 조금 싼데 역시나 재고가 없다"며 "떨이 코너에 한번 들러봐야 겠다"고 발걸음을 옮겼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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