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차기 회장 선거, '강경파' 임현택·주수호 2파전
개원의들, 구인·구직 게시판 개설…"선배들이 도와야"
[더팩트ㅣ황지향·이윤경 기자] 개원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지 한 달이 넘은 전공의들 일자리 구하기에 나섰다.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는 강경파들 간 대결로 압축되면서 대정부 투쟁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향후 개원의들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25일 서울시의사회 홈페이지 구인·구직 게시판에는 300개 넘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사직한 전공의입니다', '본과 의대생 아르바이트 신청합니다', '구직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예비 GS(General Surgery·일반외과) 1년차 사직한 후 구직합니다' 등 전공의들이 일자리를 찾는 내용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달 초 미복귀 전공의들 재취업을 돕겠다며 구인·구직 게시판을 개설했다. 전공의들을 합법적으로 도와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대통령령인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14조에 따르면 전공의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긴급 의료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련병원 외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하거나 겸직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전공의들의 다른 의료기관 취업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다년간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하는 전공의의 경우 겸직 적발 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의사 측은 민법 660조를 근거로 사직서 제출 이후 한 달이 지나면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조항은 '고용 기간의 약정이 없는 경우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으며, 상대방이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하면 효력이 생긴다'고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통령령만으로 전공의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혜승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는 "해당 대통령령은 전공의가 열심히 수련하고 잘 배우라는 취지의 규정일 뿐"이라며 "전공의가 겸직했다고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직업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장조차 안되는 전공의들을 결국 선배들이 개인적으로라도 도와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의대생 아르바이트 등 법적인 검토를 해서 도울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개원의들이 후배들을 위해 조력자로 나서면서 의협 회장 선거 결과도 주목된다. 전날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 1차 투표 결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과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나란히 득표율 1위와 2위를 기록해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임현택 후보는 35.72%인 1만2031표, 주수호 후보는 29.23%인 9846표를 얻었다.
지난 20~22일 진행된 1차 투표는 유권자 5만681명 중 3만3684명이 참여해 직선제 도입 이후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인 66.46%를 기록했다. 결선 투표는 25일 오전 8시부터 26일 오후 6시까지 전자투표로 실시된다. 최종 회장 당선자는 26일 오후 7시 이후 발표된다.
임 후보와 주 후보는 모두 강경파로 꼽힌다. 두 사람은 전공의들 집단사직을 교사·방조한 혐의로 복지부로부터 고발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대정부 투쟁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 후보는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며 "하루 총파업부터 시작할 계획"이라는 공약을 밝혔다. '개원의까지 포함하는 총파업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추후에 밝히겠다"며 강경파 후보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주 홍보위원장도 "대한민국 13만 의사들은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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