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말부터 전공의 면허정지
의대 교수들 사직시 '진료유지명령' 검토
[더팩트ㅣ조소현∙김영봉∙황지향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를 대상으로 한 면허정지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면허정지 처분도 임박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해 정부와 의사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의협 간부 3개월 면허정지…전공의 1308명 대상 업무개시명령 공고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에게 3개월 면허정지 행정처분 통지서를 발송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발표에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반발한 이후 첫 행정처분이다.
김 위원장과 박 조직강화위원장의 의사 면허는 4월15일부터 7월14일까지 3개월간 정지된다. 복지부는 미리 잡혀있던 진료 일정 등을 고려해 통지 이후 시간적 여유를 갖고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집행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과 박 조직강화위원장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하려면 행정소송법에 따라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제기해야 한다.
박 조직강화위원장은 이날 의협 정례 브리핑에서 "복지부의 면허정지 처분을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행정소송 등을 통해 그 정당성을 끝까지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 면허정지 처분은 우리의 투쟁 의지를 더욱 견고히 할 뿐"이라며 "법적 투쟁을 통해 수많은 회원들과 우리 후배들의 떳떳함을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복귀 전공의들 면허정지 처분도 임박했다. 복지부는 지난 5일부터 수련병원 100곳 현장점검을 실시,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된 전공의를 대상으로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복지부는 사전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 의견 청취 절차를 진행한 뒤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말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의협 간부들은 지난달 19일 사전통지서를 수령한 뒤 면허정지 처분을 받기까지 한 달여가 걸렸다. 정부는 전날도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된 전공의 1308명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공고했다. 공시는 업무개시명령 송달의 효력을 확실히 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부는 공고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의료법 제66조 및 제88조에 따라 처분·형사고발 될 수 있다"고 알렸다. 의료법 66조는 최대 1년간의 면허 자격 정지를, 88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공시 송달 이후에도 대상자들의 현장 복귀 여부를 재차 확인한 뒤 처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아직까지 전공의 중 면허정지 통지를 받은 사례는 없다.
◆ '빅5' 병원 교수들 집단사직 결의…"정부, 해결 방안 내놔야"
의사들 집단행동은 확산하고 있다. 전공의들 복귀 움직임이 여전히 미미한 상태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총회를 열고 비대위를 통해 사직서를 받기로 의결했다. 비대위는 제출된 사직서를 모아 오는 25일 서울대병원에 일괄 제출할 예정이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총 380명 교수님들이 총회에 참석했고 일괄 제출과 단계적 제출을 두고 투표가 진행됐다"며 "이 중 283명(75%)이 3월25일 일괄 제출에 동의했고, 19일부터 사직서 제출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현 상황에 정부의 책임을 묻고 신속한 해결 방안을 요구한다"며 "정부의 변화된 태도가 없으면 25일에 사직서를 일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른바 '빅5' 병원 교수 모두가 집단사직에 동참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와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8개 수련병원을 두고 있는 가톨릭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각각 지난 17일과 지난 14일 사직서 제출을 예고∙의결했다. 서울아산병원과 강릉아산병원, 울산의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 또한 지난 7일 긴급 총회를 열고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교수들 집단사직 움직임을 우려하면서도 의대 교수도 의료인이기 때문에 현장을 떠나면 의료법에 근거한 '진료유지명령'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처럼 행정처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현장을 떠나면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지금 한다, 안 한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무책임하게 환자를 버리고 떠난 제자들의 잘못된 행동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의료현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마땅한 일이며 국민이 기대하는 바"라며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들과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의료계와 소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2000명이란 증원 규모는 확고하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을 전제 조건으로 깐 적 없지만 정부의 생각이 확고하다"며 "이를 뒤집으려면 상응하는 근거,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의제도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 비대위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입으로는 의료계와 소통하고 있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정부는 이 사태를 초래한 잘못에 대해 국민 앞에 솔직히 사과하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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