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증원 2000명 속도
의대 교수들, 사직서 제출 결의
[더팩트┃김영봉, 조소현 기자]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한 의사들 집단행동 확산과는 별개로 정부는 연일 의료개혁 세부안을 발표하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을 지키겠다며 집단사직 움직임을 보이는 의대 교수들을 압박하는 한편, 의대 증원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정부, 필수·지역의료 강화 방안 속속 발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5일 '소아 진료체계 강화 방안'을 내놨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지원하기 위해 진료 1회당 최대 7000원을 주는 정책 가산을 신설했다. 중증 소아 응급진료를 위해 1세 미만 100%, 8세 미만 50% 등 연령 가산도 신설했다. 중증 소아를 진료하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가 손실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손실분은 건강보험으로 보상한다.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는 최대 52만원에서 78만원으로 인상한다. 1세 미만 입원료 가산율은 30%에서 50%로 늘린다. 입원 전담 전문의가 소아 환자를 진료할 경우 50%를 가산하고, 24시간 근무할 경우 30%를 추가로 가산한다. 중대본은 "올해부터 5년간 소아 환자 진료에 1조3000억원 상당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지역의료 강화 방안도 잇따라 발표했다. 우선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맞춤형 지역수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맞춤형 지역수가 지급을 위해 의료 수요와 의료진 확보 가능성 등 의료 공급 요소를 지표화한 '의료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국립대병원 등 지역 거점 병원을 서울의 이른바 '빅5'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도 소개했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이 필수의료 투자를 강화할 수 있도록 인건비와 정원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는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비 사용 관련 규제도 개선한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동네 병·의원으로 이어지는 현행 의료전달체계도 개편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환자, 종합병원은 중등증 환자, 동네 병·의원은 경증 환자 대응과 진료에 집중하도록 하는 등 각 의료기관의 필수의료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각급 의료기관이 중증도에 맞는 환자를 진료할 때 병원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구조도 개편한다.
경증 환자를 동네 병·의원으로 보내고,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 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 환자 분산 지원사업'도 실시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또는 300개 병상을 초과하는 종합병원 중에서 지정된 곳으로 중증·응급 환자 중심의 진료와 재난 대비 및 대응을 위한 거점 병원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한 이후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는 경증·비응급 환자 비율은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병원 운영체계를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이에 의료기관 의사인력 배치 시 전공의 1명을 전문의 0.5명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부터는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정부는 의대 증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부터 의대 정원 배정 심사위원회를 본격 가동했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2000명 증원분을 지역·대학별로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심사위원회에 참가하는 위원과 회의 시간 및 장소, 내용 등은 모두 비공개하기로 했다.
2000명을 수도권 20%, 비수도권 80%로 배분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수도권은 1435명, 비수도권은 3623명까지 정원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전국 40개 의대 중 지방 거점 국립대와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할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료개혁 4대 과제를 지속적으로 구체화하면서 신속히 이행하겠다"며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에 함께 지혜를 모으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 전국 의대 교수들, 집단사직 초읽기
정부 강공에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은 확산하고 있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 대표들이 출범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까지 학교별 사직서 제출 여부를 취합하기로 했다. 19개 의대는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원광대, 부산대, 경상대, 인제대, 한림대, 아주대, 제주대, 단국대, 충남대, 강원대, 계명대, 충북대, 한양대, 대구가톨릭대 등이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오후 온라인 회의를 열고 취합 결과를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가 오는 18일을 사직서 제출 기점으로 잡으면서 이후 의대 교수들 사직 행렬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세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같은날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가톨릭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전날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원광대와 경상국립대,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를 내기로 결의했다. 울산대병원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11일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받고 있다. 충북대 의대·충북대병원 교수들은 이번 주말까지 사직 여부를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오후 긴급총회를 열고 "사직 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집단사직 등을 결의하지는 않았다. 교수들 자유 의지에 따른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고 한다.
의대 증원에 반발,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누적 682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대 재학생의 36.3%에 달한다. 전날 하루에만 8개교에서 771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847명 이후 19일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집단사직 의사를 밝힌 의대 교수들에게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도록 설득해야 할 교수님들이 환자를 떠나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진심으로 전공의와 학생들을 걱정한다면 환자 곁으로, 배움의 장소로 돌아오도록 설득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j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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