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등 전국 병원 전공의들 무더기 사직서
정부,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들에 '진료유지 명령' 내려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19일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시작되는 등 전국 병원 곳곳에서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이 이어졌다. 정부는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들에 '진료유지 명령'을 발령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 기준 수련병원 23곳에서 전공의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직서가 수리된 병원은 없지만 이 중 103명이 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라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으나 3명이 현장에 복귀하지 않았다. 정부는 3명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고 추후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전공의들의 사직이나 출근 거부는 이날부터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전북대병원 전공의들은 오전부터 사직서를 내기 시작했다. 전북대병원 인턴 전원은 이날까지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병원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는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대전성모병원도 인턴 21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전을지병원도 이날 중 전공의협회장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모아 병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제주대병원도 전공의 75명 중 53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한라병원도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정확한 인원을 집계 중이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 역시 이날 사직서를 제출, 근무 중단을 결정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수술 스케줄 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집단 사직서를 내고 오는 20일 새벽부터 근무를 중단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전공의들의 이탈에 정부는 진료유지 명령을 내리고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는 등 비상대응체계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시간부로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 명령을 발령한다"며 "정부는 오늘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며, 현황이 파악되는대로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은 예정된 집단 사직과 휴진을 철회하고 환자를 등지지 말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공공의료 기관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집단행동 기간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97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진료하도록 하겠다"며 "12개 국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필요 시 외래진료까지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해 비상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응급·중증 수술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필수의료 과목 중심으로 진료가 이뤄지도록 체계를 갖추며 상황 악화 시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는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 소속된 인턴·레지던트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약 1만3000명에 달한다.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병원을 떠날 경우 응급 중증 환자 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하는 등 의료대란 우려가 제기된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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