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민원 1300건 넘어 매년 증가
야생생물법 개정안 내년부터 시행
[더팩트ㅣ조소현 기자·이윤경 인턴기자] #. 지난달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1번과 3번, 4번 출입구에 흰머리수리 사진이 붙었다. 비둘기가 역사 내로 들어온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합정역 차원에서 붙인 것이다. 독수리 사진으로 비둘기를 내쫓겠다는 의도다.
도심 곳곳에서 비둘기가 출몰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부터 비둘기 먹이주기가 법으로 금지되는 가운데 비둘기와의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비둘기 관련 민원은 지난 2020년 667건에서 2021년 1177건, 2022년 1325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배설물과 깃털 등에 따른 위생적 피해와 심미적 피해, 보행 불편, 건물 부식 등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시민들이 주는 먹이에 비둘기들이 모이면서 관련 민원도 증가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마땅히 해결할 방법이 없어 난처한 상황이다. 환경부의 '집비둘기 관리업무 처리지침'에 따르면 인위적인 먹이 제공 및 판매 금지 홍보계도를 강화하고 비둘기의 먹이원이 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 등의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서울시는 관련 민원에 "계도 현수막을 설치하고 모이를 주는 주민께 자제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으나, 비둘기 모이를 주는 행위는 위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관리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앞으로는 비둘기에게 먹이주기가 금지된다. 개정안은 지자체 조례로 유해야생동물에게 먹이주기를 금지하고 제재도 줄 수 있도록 한다. 내년 1월24일부터 시행된다. 비둘기는 지난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야생생물법 개정안 공포에 따라 먹이주기 시 과태료 부과가 가능해졌다"며 "적기에 현장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환경부에 표준안 초안 마련 건의 등 더 적극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둘기로 불편을 겪었던 시민들도 환영하는 모습이다. 비둘기 배설물 때문에 차량을 수리했다는 김성훈(23) 씨는 "비둘기도 유해야생동물이기 때문에 개체 수를 줄이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모이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남형규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는 "인간과 비둘기의 생활권을 어느 정도 분리해야지 공존할 수 있다"며 "먹이주기를 금지해야 비둘기도 나름의 생존력으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고 적정 개체수도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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