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환수한 건보공단 처분 취소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야간 배달 아르바이트 중 신호위반 사고를 낸 고등학생에게 '중대한 과실'을 이유로 치료비를 환수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당시 비 내리는 밤이었고 운전자의 피로 등을 고려할 때 중대한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당시 18세)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환수 고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해 11월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22년 6월30일 오전 12시20분께 경기 안양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적색 신호에 직진하다가 좌회전이던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 운전자는 경미한 부상을 입었고, A 씨도 이 사고로 중족골 골절 등 상해를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공단에서 요양급여비용 26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공단은 A 씨의 '중대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기에 A 씨가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았다고 보고 보험급여 제한 대상이라고 판단해 요양급여 전액을 부당 이득으로 징수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범죄행위에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A 씨는 자신이 신호위반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중대 과실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비가 와 시야가 방해됐고, 야간 아르바이트 중이라 과로 상황이었기에 고의도 없었다고 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당시 비가 엄청 많이 왔다', '스크린 때문에 신호가 안보였던 것 같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가 정지신호를 준수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A 씨가 당시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나 판단착오로 신호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어 사고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했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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