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청문회부터 "재판 지연 해결"
이재명 대장동 재판 선고 가늠 어려워
재판 장기화 원인은 다양하다는 지적도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연일 '재판 지연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면서 장기화된 주요 정치인 재판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취임 후 조 대법원장의 일관된 관심은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이다. 지난해 인사청문회는 물론 올해 신년사에서 "신속하지 못한 재판으로 고통받는 국민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겠다"며 언급한 데 이어 지난 2일 시무식에서도 "그동안 법원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다양한 재판 지연 해법을 개발·실시해달라"고 법관들에게 주문했다.
이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쟁점이 많지 않은 사안은 판결서를 간이로 작성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재판의 신속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1심만 4년 가까이 걸린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 지연 문제가 새해 사법부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만큼 재판 진행이 더딘 주요 정치인 형사재판들의 양상이 달라질지도 관심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성남FC 사건은 1심 선고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에는 백현동 사건 병합에 이재명 대표의 피습과 핵심증인 유동규 씨의 교통사고로 재판 장기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은 2022년 9월 기소 후 1년4개월이 지났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법 재판은 공소 제기 후 6개월 내에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재판 중 비교적 단순한 위증교사죄 위반 사건도 4월 총선 이전 1심 선고는 어렵다. 다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선고가 나오더라도 1심이고 항소할 것으로 전망돼 사실상 총선과도 별다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2020년 1월 재판이 시작된 이후 지난해 11월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4년이 걸렸다. 공판 준비에만 1년여 가까이 걸렸고, 이 사이에 당사자였던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2022년 6월까지 임기 4년을 마쳤다. 송 전 시장과 함께 기소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의원 임기를 모두 채우게 됐다. 피고와 검사 모두 항소해 앞으로 항소심과 상고심을 남겨두고 있어 확정 판결까지 갈길이 멀다.
1심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은 사건도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은 2022년 9월 공소제기됐지만 1년4개월에 이르도록 1심 결심 공판도 열지 못했다. 2020년 1월 공소제기된 국회 패스트트랙 폭행 사건도 4년이 되도록 1심 구형도 못하고 있다. 당시 현역 의원 28명이 기소됐지만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국회는 20대, 21대를 지나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으로 넘어오거나 넘어올 장기화 사건도 적지않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같은해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기소 2년 5개월 만인 지난해 2월 1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고 같은해 9월 항소심에서 형량이 가중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윤 의원이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윤 의원도 남은 국회의원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커졌다.
자녀 입시 비리 및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내달 8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기소된 이후 약 4년여 만이다. 항소심 결과에 상관없이 피고·검사 모두 상고가 확실시돼 최종 확정까지는 5년이 걸릴 수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대법원 선고는 상고 후 4개월 전후로 이뤄지지만 그 시점이 지나면 언제 선고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년 초 법관 인사이동이 있어 선고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 판사들이 다음 재판부에 (선고를) 넘기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정치인 등이 연루된 민감한 사건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지연 본질은 국민 삶 직결된 민사재판 지적도
다만 대법원 의지만으로 이같은 정치인 재판이 신속 처리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재판 장기화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1차 기소 당시 수사기록은 책으로 500권, 25만 페이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은 피고인만 37명, 신청된 증인만 110여명이다. 사건 규모 자체가 신속 재판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그간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변수도 있었다. 법관 인사에 따른 재판부의 잦은 변경도 원인이다. 검사의 추가 기소, 피고인의 재판부 기피 신청 등도 공소유지와 방어권 행사 차원의 전략도 작용한다.
사실 재판 지연의 본질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민사재판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 기준 민사합의 사건( 처리 기간은 2021년 364.1일에서 2022년 420.1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158.1일에서 223.7일로 늘어난 1심 형사합의부 공판(불구속 기준)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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