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저한 사유' 있으면 의무 이행 거절 가능"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부동산 계약에서 잔금지급일과 실제 인도일(명도일)이 다를 때 잔금 지급 전에 큰 사정변경이 생겼다면 잔금을 주지 않을 수 있고 상대가 계약을 해제할 수도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 씨가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B 씨와 아파트 매매 계약을 맺었다. A 씨는 2021년 4월 22일 잔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실제 인도일은 12월로 계약했다.
문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세입자 C 씨가 잔금지급일 무렵 갱신을 요구하면서 복잡해졌다.
A 씨는 잔금 지급을 거절하고 소유권이전등기 절차 이행을 요구했고 B 씨는 등기서류를 공탁하며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A 씨는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 했지만 2심에서는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2021년 4월 22일 세입자에 대한 보증금 반환의무를 넘겨받았기 때문에 잔금 지급 의무 불이행은 부당하고 B 씨의 계약 해제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민법은 선이행의무를 진 당사자가 상대방이 의무를 이행하기 곤란한 '현저한 사유'가 생기면 자신의 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A 씨가 잔금 지급을 거절할 권리가 있고 B 씨는 아파트를 실제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원심을 뒤집었다.
세입자 C 씨의 갱신요구는 아파트를 실제 넘겨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현저한 사유'가 생긴 셈이어서 잔금 지급 의무 거절이 정당할 수 있다고 봤다. 잔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매 계약을 해제한 B 씨의 행위는 적법하지 않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같은 내용을 원심이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며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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