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느슨한 컴퍼니' 김지혜 작가 인터뷰
스스로 업무설정하며 지역 공공미술 작품 참여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정신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느꼈어요. 새로운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하며, 접해본 일이라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또 스스로 하겠다고 정한 일을 조금씩 해내며 성취감을 느꼈어요."
노원구 '느슨한 컴퍼니'를 통해 지역 작품활동에 참여하게 된 미술작가 김지혜(36) 씨의 말이다.
느슨한 컴퍼니는 지역 내 고립·은둔 청년들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구가 지난해 7월부터 운영 중인 가상회사다. 사회적 접촉을 어려워하는 고립 당사자들의 특성을 반영, 메타버스를 활용해 설립했다.
입사자들은 반복되는 출퇴근 일정을 소화하며 삶의 루틴을 회복하고, 스스로가 설정한 개인 목표 수행을 통해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 사회 진출을 준비한다. 김씨 역시 이를 통해 약 3~4개월의 은둔 생활에서 벗어나 천천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미술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직장인, 프리랜서, 아르바이트 생활을 반복했던 김씨는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속적인 업무 갈등으로 결국 퇴사한 뒤 다른 회사를 다녔지만, 우울감과 좌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은둔생활이 시작됐다.
그는 "길지 않았던 은둔·고립 경험이었지만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며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 낮에는 다니지 않았고, 밤에 같이 사는 친오빠가 퇴근할 때 나가서 잠깐 산책하는 정도만 움직였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여름 경제활동이 필요해 조금씩 외부활동을 시작하면서 느슨한 컴퍼니를 알게 됐다. 김씨가 설정한 업무 일정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만큼 읽고 자신의 생각을 블로그에 기록하는 것이었다.
이후 지역 공방에서 인턴 경험을 쌓는 등 지역활동의 폭을 점차 넓혔다. 올 10~11월 당현천에서 열린 빛조각 페스티벌 '노원달빛산책'에 지역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의 작업들이 제 개인의 상황이나 성장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면, 작품 '확장하는 드로잉'은 지역 청년들과 함께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페인팅까지 했다"며 "우리 모두의 새로운 경험이자 성장이라는 의미로 확장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번아웃의 원인이었던 '스스로의 휴식'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쉽게 자책하지 않고 좌절감에서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한다.
김씨는 "지금은 하고싶은 일보다 해야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며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그 감정을 직시하고 받아들인다"며 "올해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크고 작은 성과를 볼 수 있었다"며 웃음지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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