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제 사건, 법원장에 맡겨 해결"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논의할 것"
성인지감수성 비판엔 "법리 따른 것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사법부 수장 공백 73일, 이균용 후보자 낙마 62일 만에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의 청문회는 정치적 쟁점보다는 정책과 자질 검증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국회 대법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6일 오후 이틀간 이어진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쳤다.
청문회 쟁점으로는 △재판 지연 △무분별한 검찰 압수수색 △사법농단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문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피의사실공표 논란과 조 후보자의 과거 판결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법부의 오랜 고민인 재판 지연 문제는 청문회에서도 중심 이슈였다. 조 후보자는 "취임하면 우선 장기미제 사건을 특별히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종전에 법원장은 재판하지 않았지만, 법원장에게 최우선으로 장기미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재판은)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부와 검찰의 대립 양상까지 부른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도 도입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방점을 두고 질의를 진행했다. 조 후보자는 "대법원도 노력하겠지만 입법 조치가 가능한지 함께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압수수색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 심사 때 사건 관계자를 불러 심문할 수 있는 제도로 대법원이 검토한 바 있다.
조 후보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조서의 증거능력이 많이 약화되면서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커진 건 틀림 없다. 그러다 보니 압수수색 영장이 많이 청구되고 상응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며 "대법원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대법관 회의에서 압수수색 관련 문제를 공론화해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어느 후보자와 다름 없이 조 후보자의 대법관 시절 판결도 논란이 됐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14년 대법관 재직 시절 14세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연예기획사 대표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에게 "14세 여중생과 연인 관계라는 48세 연예기획사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랑'을 인정한 판결에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며 "정신까지 지배하는 '그루밍 범죄'는 법이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파기환송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지 않고 사건이 올라와 무죄로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속력 법리에 따른 것일 뿐 이 사건 자체의 당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두 가치는 항상 충돌하기 마련"이라며 "파기환송을 하면 하급심이 기속되는데 그 시스템을 지키지 않기 시작하면 사법 시스템 자체가 존립할 수 없게 된다"고도 했다.
한동훈 장관의 체포동의안 가결 촉구 연설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 노웅래 의원, 지난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연설 당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적힌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밝혀 논란이 됐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에게 "구속영장 내용을 80~90%를 말하는 것은 무죄추정의원칙을 위반"이라며 "올바르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일반 국민한테는 알권리와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절충 한계가 있다"며 "국회법과 국회 의사 결정 과정을 사법부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반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굉장히 중요해서 국회의원으로서는 그 내용을 당연히 알아야 한다"며 "국민 알권리 차원도 있고 체포동의안 가결 여부를 결정할 의원이 두루뭉술하게 어떤 혐의로 체포동의 청구된다고 하면 정확히 판단을 못 한다"고 한 장관을 지원했다.
결과에 따라 정치권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영장실질심사 운영도 언급됐다. 인청위원들은 판사들이 예단을 갖고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후보자는 "잘 알겠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 첫날 모두발언을 통해 "대법원장은 법관이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수 있는 도태를 마련해줘야 할 중대한 책무를 지고 있다"며 "(대법원장 임명의) 기회가 주어지면 헌법의 정신을 되새겨 사법권 독립을 수호하고 공정한 재판을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조 후보자를 차기 대법원장으로 지명했다. 대법원장은 지난 9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다음달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낙마하면서 두 달이 넘게 공백 상태다.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으면 국회는 오는 8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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