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사건 1심 판결문 보니
"문재인의 소원은 송철호 당선"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문재인 정부 당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판결문에는 송 전 시장과 문 전 대통령,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의 친분 관계가 수차례 언급된다. 다만 법원은 문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이 혐의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허경무‧김정곤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선고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판결문에서 문 전 대통령을 14번, 조 전 장관을 6번 적시했다.
송 전 시장은 2017년 9월 울산경찰청장이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황 의원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비위 정보를 받고 '하명 수사'를 한 혐의가 있다. 이들은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백 전 비서관은 징역 2년, 박 전 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송 전 시장의 당내 경쟁 후보에게 경선 포기를 대가로 공직을 제안한 혐의를 받는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의 범행 배경을 설명하며 문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송철호는 앞선 선거에서 8차례 낙선했고, 울산 지역 출신이 아닌데다가 수차례 당적을 바꿔 당내 입지가 취약해 당내경선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에 자신과 대통령과 친분을 바탕으로 대통령비서실이 나서 유력한 경쟁 후보자인 김기현(현 국민의힘 대표)의 수사를 독려하거나 지시해 수사가 진행되면 선거에서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봤다.
문 전 대통령이 송 전 시장의 당선을 원한 정황도 거론했다. 재판부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범행 배경을 설명하며 "울산청 정보계에서는 2016년 총선 당시 문재인 의원이 울산으로 내려와 '바보 노무현보다 더한 바보 송철호'라면서 지금 소원은 송철호의 당선이라고 답한 것이 회자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이에 황운하는 송철호가 대통령과 막역한 친분이 있고 유력 후보자란 걸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조국 전 장관이 김기현 전 시장 관련 수사 상황을 '직접 보고'받았던 내용도 나온다. 재판부는 "울산청과 경찰청은 수사기밀 등 구체적인 수사상황을 지속적으로 청와대에 보고했다"며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백 전 비서관을 비롯해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도 보고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이 과거 송 전 시장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이력도 적혔다. 재판부는 "현직 지자체장의 비위 정보를 대통령비서실에게 알려 경찰 수사가 진행되도록 함으로써 이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전략은 조국 전 민정수석이 과거 송철호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던 사이였던 점 등 송철호의 개인적 영향력이 없었다면 쉽게 생각해볼 수 없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비서실이 수사 상황을 수십 차례 보고받은 것도 선거개입의 근거로 제시됐다. 판결문에는 2018년 2~5월 울산청에서 경찰청을 거쳐 대통령비서실로 김 전 시장 관련 수사 상황이 20회 보고된 사실이 담겼다. 재판부는 "반부패비서관실에서도 수사진행상황을 민정비서관실과 공유했고, 경찰청과 울산청에서도 수사진행상황 보고를 중요하게 취급한 점을 비춰보면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에게 사건 처리 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보인다"며 "결국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의 행위가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은 "법원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수용하고, 피고인의 정당한 항변은 배척했다"고 반발했다. 황 의원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1일 항소했다. 송철호 전 시장도 항소할 뜻을 밝혔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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