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재난·재해 피해자 지원을 위해 기부받은 국민 성금을 유용한 정황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로 드러났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재해구호협회 의혹에 대한 신고를 조사한 결과 이같은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리 관련자에 대해선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고, 관련 자료를 이첩했다.
재해구호협회는 의연금이나 기부금 등 국민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자연재해나 재난 피해구호사업을 하는 공직유관단체다. 지난 4년간 산불화재나 수해 피해 복구 및 이재민 지원을 위해 협회가 모은 국민 성금은 총 1833억원이다.
권익위는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 협회가 사용한 23억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한 결과 3억원 상당(1400여 건)이 비정상적으로 사용됐다고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고가의 상품권을 구매했지만 사용 내역을 알 수 없거나 법인카드 여러 개를 이용해 쪼개기 결제 또는 미리 결제한 사례 등이었다.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협회와 친분이 있는 이를 직제에 없는 직책으로 위촉해 법인카드를 사용하도록 하고, 출장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정승윤 부위원장은 "행정안전부 고시인 의연금품 관리운영지침을 위반, 무분별하게 회계를 운영해 회계 건전성이 매우 취약했고고, 모집 비용을 지출한 경우 사용명세를 개략적으로 기재하고 증빙자료를 남기지 않는 등 성금 집행에 대한 내외부 통제가 불가능하게 운영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2020년 8월부터 체결한 380억원 상당의 계약에도 수상한 점이 있었다. 분할 계약을 통해 공개경쟁입찰을 피하거나 특정 업체 입찰 관련 정보를 사전 제공한 일이 있었고, 관련자의 차명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등 20억원 상당의 부정 계약 의심 사례가 있었다.
채용비리 정황도 발견됐다. 지난 4년간 협회가 진행한 33건 채용 중 73%에 달하는 24건 채용에서 54건의 부정 의심 정황이 있었다. 자체 규정이나 채용 계획가 다른 응시 자격요건을 설정하거나, 채용 공고 기간을 임의로 단축한 사례 등이었다.
지인 채용을 내정하고 이들에게만 채용 관련 자료를 사전에 넘기거나 면접 예상 질문을 줬던 이가 직접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부정 사항으로 합격한 이들은 7명으로 확인됐다.
권익위는 분과위원회 논의 결과 의연금·기부금 부정 사용과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대검찰청에 관련 자료 일체를 보냈다. 채용비리 54건 적발 사항에 대해서는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에 통보했으며 협회에는 자체 규정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정 부위원장은 "이번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의연금·기부금 유용 의혹과 지인 특혜 채용비리는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기본적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며 "대검찰청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와 함께 행정안전부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엄정한 후속 조치를 요청한다"고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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