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추진위, 오세훈 시장에 송현광장 건립 요청
오 시장 긍정적 반응…시민 의견수렴 나설 듯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 부지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이 거론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가운데 시민 의견 수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승만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제안에 따라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민간에서는 추진위를 중심으로 기념관 건립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추진위는 위원장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필두로 김영삼, 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 아들 5인과 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국민 통합형 기구로 운영된다.
추진위는 9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관 건립의 당위성을 설명하자 오 시장은 "의견을 모아주시면 거기에 맞춰서 정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만기념관 건립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박민식 보훈부 초대 장관이 첫 과제로 내세운 사업이다. 윤 대통령 당선 뒤 기념관 장소 선정을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서울시도 발 맞추는 모습이다.
기념관 건립에 앞장선 보훈부가 당초 제안한 곳은 종로구 낙산근린공원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좁은 진출입로와 유치원 건물 등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모교인 옛 배재학당 부근과 국유지인 용산공원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새 입지로 열린송현녹지광장이 떠오른 데에는 시유지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성이라는 역사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은 서울 도심 한복판인 경복궁 동편에 위치했으며 규모는 3만7000㎡로 서울광장의 약 3배에 이른다. 광복 뒤 미군정에 귀속됐다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사택이 들어서면서 외교부지로 쓰였다. 이후 삼성생명이 매입했다가 한진그룹의 손을 거쳐 서울시 소유가 됐다.
시는 2020년 6월 부지의 공원화 계획을 발표한 뒤 지난해 7월 임시 개방해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2년 간 개방 후 문을 닫는 광장의 동쪽에는 추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을 전시하는 이건희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 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추진위에 기념관 건립기금 500만 원을 기부한지 하루 만인 2일 오 시장도 400만 원을 기부했다. 기념관 건립 비용은 재단에서 국민 모금을 통해 전체 비용의 70%를 충당하고, 나머지 30%를 정부가 책임진다. 추진위는 올 9월 기념관 건립을 위한 국민 성금 운동을 시작했으며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약 55억 원이 모금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이) 송현동 부지 건립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오 시장이 올 5월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 하늘소(所) 개장식에서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이건희미술관 외에 다른 시설물을 짓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시민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이건희기증관 설계공모를 문화체육관광부가 준비 중인 만큼 문체부와의 협의도 풀어야 할 과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약속했던 대로 이건희기증관과 같이 들어설 때 모양새가 어떤지도 검토해보고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절차도 진행돼야 한다"며 "이건희기증관은 문체부 소관인 만큼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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