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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국에 양말 파는 구청장, '도봉 세일즈맨' 오언석

  • 사회 | 2023-11-13 05:00

지역업체 LA 판로 개척…"구청장 믿는다고 해"
고도제한 완화로 개발 기대감↑
인프라·거점 사업 줄줄이 "폭발적인 변화 시작"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2일 오후 서울 도봉구청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2일 오후 서울 도봉구청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헌일·김해인 기자] "현지에서 바이어들 만나고, 홍보도 했다. 결국 우리 지역 업체가 가져간 양말은 완판됐다. 화장품도 첫날 완판되고, 10만 달러 수출계약도 맺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올 10월 미국 로스엔젤레스 출장에서 세일즈맨으로 나서 얻은 성과를 뿌듯한 표정으로 자랑했다.

오 구청장은 이달 2일 집무실에서 가진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최근 구 양말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미국 LA 한인축제와 연계해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목적으로 미국출장을 다녀온 것이 큰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도봉구는 전국 양말 생산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양말산업의 메카다. 최근 양말제조연합회 등과 협약을 통해 공동브랜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양말 제조업체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올 한 해 5억 9000만원을 지원했다. 이번 LA 한인축제 참여로 해외시장 개척까지 지원하게 됐다.

오 구청장은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과 단독 면담을 통해 우리 구의 주력 생산품인 양말과 화장품의 미국 진출 방향을 논의하고, LA 한인상공회의소의 협력을 요청했다"며 "내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재전시회, 세계한인비지니스 대회 참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봉구 양말산업'이라고 하면 실감이 안 날텐데 정말 기술력도 재질도 최고다. 그런데 얼마나 환경이 열악하냐면 기계나 설비가 번듯하게 돼 있는 것도 아니고 양말도 따로 전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내공장 수준이었다"고 첫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 지역 양말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때는 다들 시큰둥했다고 한다. 기존 방식에 오랜 기간 익숙해져 있어 바꿀 자신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 모였을 때 업계에서 세 분 오셨다. 다들 핸드폰 꺼내고 주소록을 열게 해서 그 중 속마음을 다 꺼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동종업종에 몇명이냐고 물었다. 2~3명이라고 하더라. 그럼 다 합치면 8명이니 8명으로 시작하자고 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결국 38명이 모여 사단법인까지 만들더라"고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어 "1년 정도 육성하고 도와드리니까 미국에 다녀 온 이후에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구청장이 진심을 갖고 대하기 때문에 구를 믿는다고. 지금은 굉장히 협조도 잘 되고 협의도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2일 오후 서울 도봉구청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2일 오후 서울 도봉구청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그는 구청장이 된 뒤 청년, 기업,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 세가지 목표를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본격적으로 추진이 기대되는 재정비 사업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구는 전체면적의 50%가 개발제한구역인데, 나머지 절반인 생활가능면적의 11%가 고도지구로 설정돼 있다. 이 때문에 정비사업 사업성이 떨어져 20년이상 노후 건축물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고도제한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국회에서 준공업지역 재건축 용적률을 상향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 구청장은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한 창동주공 19단지를 포함한 6개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하였고, 9개 단지가 안전진단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 1월 재건축·재개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정비사업 주민학교를 꾸준히 운영하면서 구민에게 재건축·재개발 관련 법령, 절차 등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진단비용 융자를 지원하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비사업은 기간이 길고, 법령과 절차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없을 때 문제가 일어나고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 갈등 및 분쟁을 적극적으로 조정해 원활한 사업추진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2일 오후 서울 도봉구청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2일 오후 서울 도봉구청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도봉에는 GTX-C, SRT 창동역 연장, 씨드큐브 창동, 창동 민자역사, 서울아레나 등 각종 인프라 및 거점사업 현안도 줄줄이다.

GTX-C 노선은 취임 이후 대통령실,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지하화를 확정지었다. 올 8월에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지 12년만에 국토부와 시행사 간 실시협약이 체결되는 등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오 구청장은 "지하화된 GTX-C 선로는 고속철도와 공유할 수 있다. SRT가 창동역까지 연장되면 이용이 훨씬 편리해진다. 제3차 국가철도구축계획안에 포함된 SRT 창동역 연장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씨드큐브 창동은 청년 취창업 메카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청년주택 200세대를 통상 임대료의 70% 수준으로 공급하는 한편 12월부터 중소기업 창업보육센터, 청년취업사관학교, 청년 창업지원센터가 잇따라 문을 연다. 창동 민자역사는 2026년 준공예정으로 동북권 운수·판매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 구청장은 "도봉은 저평가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보통 녹지가 많고 환경이 좋다고만 생각하는데, 성장의 기본이 되는 교통인프라가 이미 상당히 갖춰져 있다"며 "여기에 CTX-C노선, 서울 아레나 등 창동지역의 획기적인 변화, 그리고 도봉산 케이블카를 중심으로 한 도봉산 관광사업 활성화, 청년정책을 통한 취업률 상승, 청년인구 유입까지 더해지면 도봉의 폭발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2일 오후 서울 도봉구청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2일 오후 서울 도봉구청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임영무 기자

그는 평소 '도봉의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민생 현장 곳곳을 누빈다. 친근한 이미지로 주민들에게 다가가면서 '오 서방'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지역 초등학생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부탁해 민원을 넣기도 하고, 직접 문자 메시지도 보낼 정도다.

이렇게 발로 뛰며 이뤄낸 성과 중 하나가 쿠팡 화물차량 출입구 이전이다. 어린이집 옆에 화물차량 출입구가 붙어 있어 아이들 안전이 걱정된다는 민원이 10여 년째 제기된 곳이다.

오 구청장은 "등하원 시간마다 아이들이 줄지어 들어가는데, 대형사고 우려가 커보였다. 작년에 북부도로사업소와 쿠팡, 우리 5~6개 부서가 해결을 위해 엄청 노력했다. 결국 어린이집과 먼 쪽으로 출입구를 옮기고 노후된 담장을 교체하고 최근에는 신호등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님이 아이들 생명과 안전을 지켜줘 감사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감사장도 받았는데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동아청솔아파트~창동역 보행통로, 경원선 녹천역~창동역 구간 방음벽 등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생활환경을 개선한 사례다. 지하철역을 찾아 직장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직장인 S.O.S', 밤 시간대 자율방범대장, 직능단체장들과 합동순찰하며 주민들의 건의사항을 듣는 '달빛야행'도 추진한다.

오 구청장은 "선거 때 우리 구민들과 약속했고, 지금도 변하지 않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구민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구민들과 만나는 사업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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