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의 하청 갑질 1위 '괴롭힘'…2위는 '인사개입'
직장갑질119 "노란봉투법으로 간접고용 노동자들 보호해야"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 파견직 비서로 일하던 A씨는 원청 사용자가 새 비서를 뽑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퇴사 권유를 받았다. A씨가 사직서 작성을 거부하자 파견사는 "기존 근무지와 1시간30분 거리의 근무지에 자리가 났다"며 "새벽 4시30분 출근에 3교대인데 힘들어서 버티지 못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 대기업 사내하청업체 직원 B씨도 느닷없이 해고통보를 받았다. B씨는 "원청이 주·야간을 주간 하나로 합치게 됐다는 이유로 해고를 지시했다"며 "(하청업체) 인사 담당자는 어떤 노력도 없이 해고를 통보했다. 여러 방편을 상의하지도 않았다"고 토로했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5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들어온 이메일 제보 2854건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원청 사용자의 갑질 사례'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괴롭힘'이 55.6%를 차지했고 인사개입(23.5%), 하청업체 변경 시 문제(13.1%)가 뒤를 이었다.
단체에 따르면 상당수 원청 사용자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해고 등에 직접 관여하고 있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임금 수준과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휴가도 일방적으로 정해놓는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기도 했다.
단체는 이같은 상황에서 국회가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가 파업했을 때 기업이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으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린다.
단체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도 '제대로 된 교섭이 가능한 사용자가 없다'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기 일쑤"라며 "현행 노조법 2조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정의해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원청 사업주가 이익을 챙기며 책임을 회피할 근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사용자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보다 넓게 정의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소한의 요구를 담은 개정안"이라고 설명했다.
김현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원청사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채용, 근로조건, 인사, 해고, 작업지시 등 근로관계 전방위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자로 군림하고, 하청사는 원청과의 계약관계를 핑계로 나몰라라 하는 행태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법원 판결과 하청 노동자의 원청사업주에 대한 단체교섭·파업이 가능하다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정을 거슬러 가며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오늘 9일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방송 3법과 함께 처리를 예고하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처리 강행"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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