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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의심에 분노' 숨진 도수치료사…법원 "유족급여 지급해야"

  • 사회 | 2023-10-29 09:00

사망 전 불법 리베이트 수령 의심 받아
"사인과 업무 인과관계 있다고 봐야"


평소 건강 문제가 없던 직장인이 직장 내 문제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뒤 사망한 경우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평소 건강 문제가 없던 직장인이 직장 내 문제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뒤 사망한 경우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평소 건강 문제가 없던 직장인이 직장 내 문제로 심리적 압박을 받은 뒤 사망한 경우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사망한 도수치료사 A(사망 당시 41세)씨의 어머니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소송에서 B씨의 손을 들어줬다.

2010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도수치료사로 일한 A씨는 지난 2020년 8월 14일 자택에서 쓰러진 채 B씨에게 발견됐다. A씨는 이튿날 새벽 병원에서 숨졌다.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흉대동맥 박리'로 판단됐다.

B씨는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이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며 거절했다.

B씨는 A씨가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는 만성 과로에 시달렸고 도수치료사의 특성상 육체적인 업무강도가 높았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병원 원장이 A씨가 불법 리베이트를 수령했다고 의심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평소 건강 문제가 없던 직장인이 직장 내 문제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뒤 사망한 경우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평소 A씨는 고혈압으로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법원은 "A씨의 나이가 만 41세에 불과한 점, 고혈압과 관련해 나름의 체중 관리 등은 했다고 보인다"며 "음주량이나 횟수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저한 위험인자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A씨가 부정한 돈을 수수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퇴사를 결심할 정도의 상당한 분노, 신뢰 상실에 대한 불안감, 좌절감 등을 느꼈을 것으로 봤다.

법원은 "A씨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업무부담 가중으로 A씨의 사인인 흉대동맥 박리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졌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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