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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경험자 88% "만족"…직급 높을수록 "비효율" 판단

  • 사회 | 2023-10-29 12:10

54.1% '효율적'…20대 67%·50대 47% 격차
재택근무 감시·괴롭힘등 제도 보완 필요


2021년 7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서울시내 한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뉴시스
2021년 7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서울시내 한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코로나19 때 재택근무를 했던 직장인들이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지난 5월 정부의 공식적인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으로 일상생활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88.4%(사무직 기준)가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그 다음해에는 91.5%였다. 하지만 지난해 방역완화와 엔데믹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재택근무 비율은 빠르게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72.7%로 18.8%P 급감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새로운 업무방식으로 자리잡을 것처럼 보였지만 기업들은 업무 생산성을 이유로 사무실 출근을 재개했다.

재택근무의 효율성과 관련해서는 직급과 연령에 따른 인식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를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을수록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재택근무에 관한 다양한 문제와 의견을 살펴본다.

◆ 재택근무 효율성 경험 여부·연령따라 달라

29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으르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재택근무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4명 중 1명(25.1%)은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직(29.6%)이 생산직(13.2%)이나 서비스직(25.2%)보다 높았다. 직급별로는 상위관리자(36.1%)의 응답이 일반사원(18.5%)보다 17.6%P 많았다. 임금수준별로 보면 월 500만 원 이상을 받는 직장인(36.4%)이 월 500만 원 미만 직장인보다 10%P 이상 재택이 가능했다.

재택이 가능한 업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를 한 적이 있는지 묻자 76.1%가 '해봤다'고 응답했다. 이들에게 만족도를 물어본 결과 '만족한다'는 답이 88%에 달했다. 재택근무 만족 응답은 성별, 고용형태, 직업, 직장 규모, 직급과 무관하게 모두 높게 나타났다. 다만 50대 이상의 재택근무 만족도는 80.6%로 다른 연령대보다 10%P 가량 낮았다.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성과 관련해서는 재택근무를 경험했는지 여부, 연령, 직급 등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재택근무 경험자들은 70.2%가 효율적이라고 답변한 반면, 재택근무 미경험자들은 50.3%만이 효율적이라고 답했다.

재택근무를 경험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전체 직장인 1000명에게 재택근무 업무 효율성을 질문한 결과 절반 정도인 54.1%가 '효율적'이라고 했다. 연령별로는 20대(66.5%)와 30대(62.9%)가 40대(46.6%), 50대(46.8%)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직급별로는 직급이 높을수록 비효율적이라고 봤다. 실제 상위관리자급은 33.3%만이 효율성이 높다고 했다. 일반사원은 59.4%의 절반 수준이었다.

2021년 7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서울시내 한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뉴시스

◆ 복무규정·업무 평가 기준 미비…재택근무 괴롭힘도 발생

#. 매니저가 재택근무 요일을 지정하고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저에게만 불이익을 줍니다. 예를 들어 사무실 출근이 화수목으로 정해져 있고 나머지 요일은 재택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 업무상 금요일 출근을 꼭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매니저가 다른 사람들은 사무실 출근일을 화수금으로 변경해주지만 저는 조정해주지 않아 화수목금 4일을 사무실로 출근해야 합니다.

#. 콜센터 근무 중인데 육아 때문에 서울 출근이 불가능해서 재택 파트로 바꿔 근무를 했습니다. 재택 이후 관리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적 목표를 제시해 4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지 못했습니다. 상담 이력을 쓰는 것도 다음 통화가 언제 인입될지 몰라 대기 누른 상태로 작성했습니다. 그런데도 다음 달 목표 얼마나 높일지 정해서 답변하라고 강요합니다.

#. 재택근무를 할 경우 상급자가 퇴근 이후 업무를 시키곤 합니다. 처음에는 재택근무의 이점 때문에 몇 번 아무 말 없이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하자 야근을 강요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재택근무와 관련된 다양한 괴롭힘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재택근무에 대한 편견과 인식 격차로 재택근무자에 대한 과도한 감시나 차별, 야근 강요 등의 괴롭힘이 발생했다.

재택근무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괴롭힘 유형으로는 '재택근무 사용 통제'와 '재택근무 감시 및 차별'이다.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관리자가 적절한 복무관리 규정과 업무성과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이어 제도와 시스템의 미비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노동자 개인을 괴롭히고 감시하는 방식으로 메꾸려 하거나, 노동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도를 도입·폐지하면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재택근무 도입과 변경(폐지 포함)시 노동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제보사례에서 보듯이 노동자 감시와 과도한 통제가 수반되지 않도록 법에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육아 등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노동자가 재택근무 신청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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