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형은 사형…"생명 박탈할 정도 아냐"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36)와 황대한(36)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공범 연지호(30)는 징역 25년, 범행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는 각각 징역 8년과 6년을 선고받았다. 범행에 가담한 이모(24) 씨와 이경우 배우자 허모 씨에겐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25일 강도살인 등 혐의를 받는 주범 이경우 외 7명의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는 유상원·황은희 부부의 사주를 받고 지난 3월29일 오후 11시49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 A씨를 차로 납치해 마취제를 주사한 뒤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암매장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 기소됐다. 유씨 부부는 피해자의 권유로 가상화폐(코인)를 구매했다가 손실을 보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경우의 혐의인 강도살인‧강도예비‧마약류관리법 위반‧사체유기‧정보통신망법 위반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황대한과 연지호의 혐의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서울 한복판에서 한밤 중 귀가하다 납치돼 대전 야산까지 끌려가 죽음을 맞이한 피해자의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한 태도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경우와 황대한은 살인을 부인하며 최초 범행자도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라고 하는 등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고,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어린 나이에 모친을 떠나보낸 초등학생 아들이 아직 사망 원인이 살해인 줄도 모르고 있다"며 "혹시라도 모친이 살해당했다고 알았을 때 아들이 느낄 충격과 상상은 헤아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의 사형 구형에는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사형은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며 "피고인들의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하고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6일 결심공판에서 이경우‧황대한‧유상원‧황은희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 청구도 일부만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경우‧황대한‧연지호의 재범 위험성은 인정돼 보호관찰은 명령하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치추적까지 신체에 부착해 감시해야 할 정도로 재범 위험성이 중대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범행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황은희 부부의 강도살인 혐의는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강도 범행을 넘어 살인까지 공모했는지 여부는 직접 증거가 없고 검사의 주장도 모두 간접적인 정황"이라며 "이경우도 이들 부부와 강도를 공모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지만 살인까지 공모한 건 아니라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유족은 선고 이후 "이경우‧황대한이 무기징역을 받고 20~30년 후 감형돼 출소한다면 또다시 피해자가 나올 수 있어 사형으로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도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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