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공표부터 특활비 논란까지…野, 집중 추궁
"젊은 검사들, 검사 집단 억측에 정나미 떨어질 것"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피의사실공표부터 특별활동비에 이르기까지 야당의 집중 추궁을 받자 수 분에 걸쳐 천자가 달하는 분량으로 '토로'를 했다. 검찰 특활비 유용 논란과 관련해서는 수사비가 부족해 집에 월급을 그대로 가져간 달이 한 달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밝혔다.
소 의원은 "형사사법기관 신뢰도가 더 나빠지는 현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셔야 한다. 우리는 언젠가 이 자리를 떠날 사람들이지만 기관 신뢰는 국민에게 계속 남는다"며 "젊은 후배 검사들이 지금 많이 떠나고 있다. 리더십의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피의사실공표 논란을 놓고도 "당연히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알려줘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너무 지나치다"며 "압수수색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압수수색으로 혐의 내용이 언론에 반복해 지적되니 이게 인권을 지키는 기관의 일인지 지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 칼럼니스트는 '검찰은 알리고 싶은 것만 리며 피의사실공표를 활용한다'라고 했다. 그런 오해를 받아서야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총장은 "제 지론은 수사를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수사를 진행하면서 매일 당에서 나오는 최고위원 회의 입장, 성명, 각 의원의 발표 내용을 여야의 것 모두 받아본다. 아무리 조용히 일하고 싶어도 저희가 하루 전에 한 일에 대해 아침에 나오는 정치권 성명이 10~20개가 된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언론도 진영을 나눠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검찰은) 말할 기회가 하나도 없다"라며 "검사는 공소장으로,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지만 지금은 SNS와 레거시 미디어가 고정화돼 설명도 못 드린다. 국민 여러분께 저희가 잘못한 부분은 따끔하게 질책을 받고 고쳐나가야겠지만 사실이 그렇지 않은 부분은 말씀드려야겠다"라고 말했다.
젊은 검찰 인력 유출에 대해서도 이 총장은 "한 번 생각해 보시라. 젊은 검사가 검찰에 들어왔는데 검사는 검찰수사관과 달리 시간 외 수당, 야근 수당, 휴일 수당도 없다"라며 "밤새 남아서 일하고 주말에 나와서 일한다. 저도 검사로 일할 동안 6주간 집에 안 간 적 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 인력 유출은 특활비 유용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이 총장은 "그 검사들에게 당신들 특활비 하루에 몇 푼 쓴 거 아니냐 묻는다. 제가 검사할 동안 한 달도 제 월급을 집에 갖다 준 적이 없을 정도로 수사비는 늘상 부족했다"며 "검사 집단을 그렇게 이야기하면 저도 정나미가 떨어져서 왜 밤새워서, 주말에 나와서 일하지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앞서 이 총장은 이 총장은 광주지검 장흥지청에서 특활비가 공기청정기 임대 비용으로 쓰였다는 지적에 "환수 조치를 했다"며 "항목을 전용해서 썼다가 시정조치를 한 상황"이라고 답한 바 있다. 수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총무 부서 등에서 특활비를 수령한 것에 대해서는 "총무팀 직원들도 압수수색을 하거나 검거·잠복을 할 때 별도로 현장 수사 지원반을 꾸려서 나간다"며 수사와 관련 있는 지출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특활비는 수사 활동과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경비'에 쓰도록 규정됐다"라며 "정보·수사 활동에 준하는 업무 수행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열어두고 살펴주셨으면 한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검찰이 잘못한 부분은 따끔하게 질책해 바른 길로 가게 해 달라. 하지만 검찰이 실제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억측, 진영에 입각해 우리 진영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하면 (검찰이) 설 땅이 없다"라며 "검찰은 정당도 정권을 위해서도 존재하지 않고 국민의 팔다리, 눈과 귀다. 한 건 한 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는 국가의 팔다리, 눈귀라 생각하시고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시라"라고 강조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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